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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체계 대변혁 2.금융감독원法 試案 의미와 과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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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융계의 한 고위 인사는『한국의 금융 부문에 대지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재경원이 발표한 중앙은행 개편 방안의 충격과 파장이 통화신용질서는 물론 전체 금융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로 큰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부안은 종전의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운영위원회및 증권.보험감독원등 금융정책 주체들의 위상(位相)과 역학(力學) 관계를 근원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이대로라면 종전 중앙은행의 성격과 기능이 완전히 새로 바뀔 수 밖에 없으며,금융감독체계와 나아가 금융산업구조까지 바뀔 수밖에 없다.
정부안이 국회를 제대로 통과할 것이냐는 점은 차치하고 이같은방안이 과연 정부 의도대로 새로운 질서를 성공적으로 형성해갈 것이냐는 점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며 또 가장 절실한 과제다.
우선 정부가 이번 개편 방안의 첫 머리에 내세운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이 과연 실효(實效)가 있을 것이냐는 점을 짚어보아야한다. 정부안에 따르면 금통위는 종전의 금융「통과위」라거나 한은의「식객」이라는 어정쩡한 위상에서 벗어나 한은의「머리」역할을맡게된다.
상근 위원까지 두게된 금통위는 대신 한은이 종전에 힘겹게 떠안아온 통화가치 안정이나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라는 중앙은행의책임을 나눠지게 됐다.
한은은 은행감독원을 잃고 금통위라는「상전」까지 새로 맞게 되면서 새로운 위상과 진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뚝 잘라 말하면 앞으로의 한은은 이름만 종전의 한은일 뿐 종전의 중앙은행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구로서 스스로의 자리를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재정(財政)을 맡고 있는 재경원과의 협조 없이 금통위나 한은이 독립적으로 시중 돈 줄을 관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다.
통화신용정책을 떼어 주겠다는 정부의 개편안은 그래서「빈 말」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듣기 좋은 소리로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재정 집행까지등을 포함해 통화 관리를 할 수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설될 금융감독원의 위상과 기능도 주목할 부분이다.
은행과 증권,보험감독기능을 끌어모은 금융감독원은 과거 재무부의 기능 중 세제와 국고,국제금융부문등을 제외한「미니 재무부」를 연상시키고 있다.
금통위나 한은의 통화신용정책도 감독 기능의 뒷받침 없이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감독원은 재경원이 마음 먹기에 따라 금융부문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최소한의 연결고리」라며 금통위의장의 제청권이나 일종의 거부권인 재의요구권을 재경원장관이 그대로 갖도록하고 있는 개편안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중앙은행 독립의 진정한 목표를 살리기 위한 타협의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한은 일각에서는 한은에 통화신용정책과 관련한 최소한의검사기능을 보장해주거나 정책금융.재정자금등 통화관리의 독립성을위협해온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또 재경원의 금통위에 대한「연결고리」 부분도 손을 댈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겨두고 있다.
중앙은행 제도 개편의 당사자인 한은의 김명호(金明浩)총재를 비롯한 집행부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배경도 이같은 타협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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