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원정기>5.칼스텐츠峰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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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우리 원정대가 칼스텐츠 등반을 위해 일리가 마을(1천6백m)을 떠난 것은 지난해 11월10일.
칼스텐츠지역은 오후가 되면 으레 비(스콜)가 쏟아진다.비를 맞으며 베이스캠프인 「옐로 밸리」(4천1백m)까지 가는데 꼬박5일이 걸렸다.
우리가 오를 적도상의 고봉 칼스텐츠(4천8백84m)는 1623년 네덜란드인 항해사 잔 칼스텐츠의 이름에서 따왔다.인도네시아에서는 「자야위자야」「푼각자야」등으로 불린다.1936년 네덜란드 콜린즈 박사가 이 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2 6년뒤인 1962년 하인리하러가 이 산을 처음으로 정복했다.
15일 자정 정상공략에 나서기로 했다.제일기획팀은 베이스에서남아 후방지원을 맡기로 했다.나와 카메라맨을 포함,5명이 정상에 가기로 했다.이 날도 오후가 되니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한바탕 쏟아진 비는 바위 틈에서 작은 폭포가 되어 흘러내렸다.지금은 위험하다.좀 더 기다려야 한다.
15일 자정 행동에 나섰다.
16일 오전3시 머리에 헤드랜턴을 쓰고 암벽 하단부로 이동했다.이 암벽은 베이스캠프로부터 8백m나 솟아 있다.대원 오치봉씨가 선두를 맡았다.
잠시 쉴 때마다 엉덩이를 바위에 대기가 힘들었다.칼스텐츠의 바위는 대부분 가시 모양으로 돋아있기 때문에 그냥 앉으면 따갑다.가끔씩 불안정하게 놓여진 돌이 떨어지곤 했다.그럴 때마다 큰소리로 『낙석조심』을 외쳤다.
우리는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는 크랙에서 두 팀으로 갈라 등반했다.칼스텐츠 오른쪽 끝 능선에서 오치봉씨와 합류했다.
밑을 내려다보니 저멀리 푹신푹신한 구름이 떠 있었고 큰 빙하(메렌)가 아스라히 보였다.그러나 아직도 올라야할 암벽은 3분의1이나 남아 있다.지금 5명의 대원이 움직이지만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은 편이다.고도 때문이다.
고도 4천8백m에서의 암벽등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귀찮고움직이기 싫어진다.
암벽지대를 지나 암벽화가 만년설을 조심스럽게 밟을때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안개 속을 뚫고 정상에 섰다.오전11시30분 드디어 오세아니아 최고봉에 오른 것이다.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수고했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정상에서 위치를 확인하니 남위 4도4분42초,동경 1백37도9분40초.시간은 한국시간과 같다.
지난해 10월8일부터 시작한 오세아니아 탐험이 대미(大尾)를장식하는 순간이었다.나는 모험할 때 고락을 같이 하면서 친해지는 인간관계가 좋다.이번 오세아니아 원정에서도 많은 사람을 알게 됐고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내가 모험을 좋아 하는 이유도 상당부분 여기에 있다.
〈끝〉 본지 2월14일자 42면「許永浩원정기」중 「뉴기니 칼스텐츠峰」은 「인도네시아령 이리얀자야 칼스텐츠峰」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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