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62) 경기 고양일산갑 한나라당 백성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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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원이라면 당연히 주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풀어야죠. 그러지 않고 다른 일들로 임기 4년을 허송하는 건 자신을 찍어준 주민들에 대한 죄악이자 일종의 배신행위입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 고양 일산갑에서 출사표를 던진 백성운(55)씨는 “주민들의 삶을 외면한 채 중앙 정치무대에서 패거리 싸움이나 하는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에 의한 정치 즉 ‘참여정치’보다는 국민을 위한 ‘민생정치’가 우선이며, 이제 ‘생활정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관점에서 “민생은 뒷전이고 총선에 올인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구촌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런데 노 정부는 정쟁을 하느라 지난 1년을 허송 세월했어요. 지금도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드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지 않습니까? 임시방편식으로 국정운영을 해 온 것도 문제지만, 미래에 닥칠 변화를 내다보고 이에 대비하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젭니다.”

백씨는 “현실에 뿌리박은 실천력과 이론적 지식을 겸비한 행정 전문가”를 자처했다.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기도청·내무부 등에서 실무를 익혔고 고양군수(88년)·안양군수(95년) 등을 지냈다. 그 후 경기도 행정부지사,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미 시라큐스대 행정대학원을 나와 모교인 고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미 하버드대 객원교수도 지낸 그는 경기도 경제투자관리실장으로 있을 때 유학시절 닦은 영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9.19 취업광장, 벤처박람회 개최 등으로 정책 개발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기도 했다.

공무원 시절 보람 있었던 일로 그는 ‘일산신도시 건설’을 첫손꼽았다. 고양군수 시절이었다. 일산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반대 여론이 빗발쳤다. “미래형 신도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과감하게 밀어부쳤다. 호수공원 건설, 출판문화단지 조성, 국제전시장 부지 확보 등의 부대사업을 추진했다. 이 일로 그는 일부 주민들로부터 “3년 동안 10년 치적을 쌓았다”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 백성운씨는 인과(因果)를 뜻하는 카르마(Karma)란 말을 즐겨 사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출마하려고 하는 일산의 어제와 오늘을 생각하면 역사적 카르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기대한 대로 “호수공원과 정발산이 쾌적한 일산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면서 “행정이든 정치든 미래를 내다보고 역사를 생각하는 긴 안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엔 ‘일산의 부흥’을 위해 뛰어보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엔 일산 발전의 비전을 담은 ‘백성운의 발로 쓴 일산이야기’란 책도 펴냈다.

“제가 출마하려고 하는 일산갑은 서울과 인접한 지역입니다. 지식기반 경제로 특화해 일 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교육과 문화의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곳이죠. 문제는 교통이예요. 쾌적한 환경을 보고 일산으로 왔다가 교통이 불편해 서울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행정구역과 별개로 서울에서 반경 50킬로미터까지의 수도권을 광역교통행정구로 정하고 교통만을 전담하는 광역교통행정청을 둔다면 이 문제도 풀 수 있습니다.”

공직에 오래 몸 담았던 행정 전문가지만 정치는 신인이다. 그는 “행정에 전념했던 공직자 출신이 지역을 누비다 보니 무척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선거법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침 저녁 지역을 다니며 주민들과 인사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는 것 정도”라며 “현역 의원들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선거운동 방식을 법으로 제약하면 부득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돈을 쓰게 됩니다. 돈 선거를 뿌리뽑으려면 불합리한 선거법부터 고쳐야 돼요. 미국처럼 일정하게 예비선거 기간을 두고 공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 당내 후보를 뽑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봐요. 경력·학력을 넣은 홍보물도 배포할 수 있게 해 정치 초년병이라도 정당하게 자신을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돈 받은 유권자에 대한 처벌은 필요하지만, 제도를 바꾸면 자연히 돈 받는 유권자도 줄어들 거라고 낙관했다.

그가 꿈꾸는 일산은 ‘살기 편한 도시’이다. 시체 말로 웰빙 시티다.

“소박한 꿈이죠. 공직생활의 고향인 일산이 대한민국 어느 도시보다 ‘살기 편한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일산 사람들이 의식주행육낙(衣食住行育樂)에 부족하거나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사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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