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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의 과학기술-휴먼테크 학술대회 참석자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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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1회 휴먼테크 학술대회(주최 三星電子.후원 中央日報社)주요참가자들이 16일 학술대회에 앞서 서울 롯데호텔 비즈니스 룸에서 「21세기 한국의 과학기술」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이날좌담회에는 7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美國 의 레온 쿠퍼교수를 비롯해 김영수(金榮洙)삼성전자 경영고문(사회),최형섭(崔亨燮)前과기처장관,박찬모(朴贊謨)포항공대교수,이석한(李錫漢)美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황창규(黃昌圭)삼성전자 상무,이재홍(李哉鴻)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진흥과장 등이 참석했다.
△金고문=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나라의 장래가 거의 절대적으로 과학기술에 달려있다.극히 일부 기술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과학기술은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특히 양질의 과학기술 인력이 절대부족한 형편이어 서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쿠퍼교수=21세기는 두말할 것 없이 「하이테크놀로지」를 갖고 있는 나라에 의해 지배된다.이런 점에서 기술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기술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전체인구중 우수인력의 비율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경우 충분한 인구를 갖고있는 만큼 많은 잠재 우수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따라서 우수인력의 절대부족을 걱정하기 앞서이들을 발굴해 양성하는 것이 과제라고 본다.다른 나라의 기술에의존하려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이다.고급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이 충분해야 한다.
△朴교수=턱없이 부족하다.때문에 대입경쟁률이 엄청나다.
△쿠퍼교수=대학에 들어가기가 그토록 어렵다면 중압감아래서도 공부를 해낼 수 있는 학생들만 대학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재능있는 학생들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사실 10년뒤에 어떤 학생이 유능한 과학자가 될지를 미리 알기는 어렵다.하지만대학의 문이 좁으면 많은 재능 보유자가 탈락한다.물론 단기적으로는 이런 학생들을 외국에 유학보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교육 이 병목현상을 일으키면 소중한 자원을 잃게되는 것이다.
△崔 前장관=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가지 못하고 있지만 대학의과학교육이 양적인 면에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오히려 질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대학에서 자질이 불충분한 학생들을 기업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불만이 많다.
△朴교수=학부졸업생들의 수준은 일본보다 좋다.미국에 비해서도떨어지지 않는다.그러나 석.박사들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金고문=얼마간의 재능있는 학생들이라도 기술인력으로 끌어들이는데 문제는 없는가를 점검해봐야 한다.예컨대 많은 유능한 인력이 법조계같은 인문.사회계통으로 과도하게 흘러간다면 문제가 있다. △朴교수=입시제도상의 문제와 사회적 인식등이 유능인력을 인문.사회계로 빼앗아 가는 주요인이라고 본다.현행 입시는 여러분야를 고루 잘하는 학생만이 좋은 성적을 받고,좋은 학교에 들어가게 돼 있다.한 분야라도 재능있는 학생은 아예 교 육조차 받을 기회가 없는 것이다.더구나 암기위주의 입시를 거쳐 진학한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는 그저 공부하는 기계에 불과하다.과학기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나 창조력이 중요한데 이들은 대개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
△쿠퍼교수=몇해전 일본에서 가졌던 한 좌담회가 생각난다.당시일본인은 왜 창조적이지 못한가를 주제로 얘기했다.미국 교육의 가장 큰 강점은 아이들을 창조적으로 키운다는 점이다.엄격한 교육.훈련은 창조력을 저하시킨다.지나칠 정도로 창 조력이 강조되기 때문에 미국 대학에서는『그만 생각(空想)하고 일좀 하라』는말이 있겠는가.일본사람들은 아마 반대로 가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한국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전과목 평균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모차르트는음악학교에서 쫓겨났는데 음악적인 재능은 있었지만 다른 과목을 못했기 때문이다.물리학 전공자로서 나는 학생들이 「올A」를 받았느냐에 신경쓰지 않는다.수학과 물리학에서 얼마 만한 성적을 거뒀는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과학기술자로 직업을 정하려면 이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게해야 한다.어느 사회가 유능한 과학기술자를 많이 확보하려면 이들에게 문호를 넓혀야 한다.
△李연구원=창의성,특히 독립적 사고와 행동면에서 비교 한다면한국.일본.중국의 학생들은 구미의 학생들에 비해 문제파악 능력.적응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崔 前장관=한국학생들은 잠재력은 높지만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하다.이는 우리 과학교육이 「과학을 아는것」(knowing science)이었지,「과학을 행하는 것」(doing science)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黃상무=기업현장에서 보면 한국.일본인의 창조력에도 다소 다른 특징이 보인다.일본은 아주 작은 일이라도 자기 나름대로 조금씩 개량하고 그것을 창조라고 생각한다.이에 비하면 한국인들은굵직한 것만을 창조로 본다.
△李과장=창의적 면에서 한국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요즘 개인용컴퓨터는 사무실보다는 가정에서 수요가 더 많다.컴퓨터를 접하고 자라는 어린 세대들은 컴퓨터를 통해 많은 창조력을 키우고또 서로들 아이디어를 교환한다.이런 점에서 소프 트웨어 분야를비롯한 여타 과학기술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인력이 많이 나올것으로 보인다.
△金고문=잘 아시겠지만 이번 휴먼테크 논문상을 실시하는 것도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유능한 과학기술인력을 발굴.양성하기 위한 것이다.이같은 제도가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가.
△쿠퍼교수=미국에는 이와 유사한 제도로 유명한 것이 웨스팅하우스社에서 실시하는 「과학재능탐구賞」(science talent search)이 있는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나도 미국전국에서 최종적으로 뽑은 40명중에 들어간 적이 있다.어린 학생들에게 풍부한 장학금이 주어지니 우선 동기부여가 된다.이 상을 받은 학생중 훌륭한 과학자가 적지 않게 탄생한 것으로 알고있다.단 이번 휴먼테크 논문상은 전자.정보관련 12개 분야만을대상으로 한 것이 다소 흠이다.
생물학이나 기타 다른 자연과학 분야에도 문호를 넓혀야 할 것이다. △李연구원=직접 논문을 심사한 결과 한국의 과학기술 저변이 상당히 넓어졌구나하고 느꼈다.그러나 사고의 독창성이 좀 부족했으며,논문만이 아니라 이의 데먼스트레이션(示顯)에도 참가자격을 주었으면 한다.
△朴교수=李연구원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정말 우리 학생들이이렇게 훌륭한 논문을 작성할 수 있나에 의심이 들 정도였다.직접 발표를 시켜보고 나서야 믿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히 몇몇 논문의 경우 놀랄만큼 아주 훌륭한 영어로 작성돼 있었다.우리 학생들의 창의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증거다.이제 이런 학생들의 창의성이 제대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얼마전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의 공립학교에 아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주도록 학부모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우리의 경우 학부모한테 입시위주의 암기식교육을 지양하고 자녀들의창의성을 기르는데 힘쓰라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 다.
△金고문=독창성은 과학기술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독창성이 강조되는 하이테크의 세계에서는 사실 협력이란 없고 경쟁만 있다.우리가 첨단 과학기술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는 경쟁력과 직결된다.우리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과 동시에 사회적인 도덕성을 갖춘 국제적 과학자를 키우는데 정부나 기업이 주력해야 할 때라고 본다.오늘 좋은 말씀에 감사한다.
정리=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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