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웨이브>美 신용조합 부실화 조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미국의 크레디트 유니온(Credit Union),즉 신용조합은 우리나라의 상호신용금고나 신협(信協)에 해당하는 지역금융기관으로 그 수는 미국전역에 걸쳐 1만2천개에 달하고 고객 6천만명,총자산이 2천8백90억달러에 이르는등 미국의 중추적인 저축금융기관의 하나다.올해들어 한 대형 크레디트 유니온인 캡社가지불불능 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이 기관은 몇개의 개별 신용조합이 자본을 출연,설립한 회사형 크레디트 유니온인데 이는개별 신용조합들이 고객의 예치금을 보다 잘 운용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유가증권투자를 대행해줄 기관을 설립한 것으로 신용조합들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캡社는 워싱턴및 인근지역의 4백70개 신용조합이 함께 설립한것인데 CMO(Collaterized Mortgage Obligation)라는 금리변동에 민감한 금융파생상품에 과다하게 투자했다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약 1억달러의 손실 을 보게 되었다.이에 따라 신용조합의 연방 감독기관인 연방신용조합공사(NCUA)의 관리를 받게 되었다.캡社는 작년 초부터 무모하게도 부채까지 동원,전자산의 68%에 해당하는 돈을 이 상품에 투자했다고 한다.
현재 NCUA는 캡을 청산 절차를 밟아 해체할 계획인데 이에따라 자본참여를 한 개별 신용조합들이 큰 손해를 감수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전역의 신용조합중 CMO에 과다 투자한 것이 캡만이 아니라는 것이다.미국에는 캡과 같은 회사형 크레디트 유니온이 44개나 있는데,이중 24개가 약 94억달러를CMO에 투자하고 있다.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개별 신용조합들도 직접 CMO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중 3백개이상이 자기자본이상의 돈을 이 상품에 투자하고 있어 감독기관의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만약 최근같은 이자율 상승기조가 지속될 경우 이들 신용조합에 대량 부실상태가 야기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80년대 후반 저축투자은행(S&L)의 대량 부실사태와 같은 금융시스템의 위기재현을 우려하고 있 다.이는 근본적으로 70년대 이후 금리자유화로 금융기관간 경쟁이 격화되자 이들 기관들이 고수익을 찾아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결과인데 최근의 신용조합 부실화 사건은 투자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는 파생상품의 번창 현상까지 가세한 것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도 현재 금리자유화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벌써 금융기관간 과당경쟁과 과다한 주식투자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지수 선물을 필두로 몇년 안에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번창할 전망이어서 위와 같은 상황은 「바다건너 불」만이 아닐 것같다.이런 의미에서 이는 자유화.개방화 과정에 있는 우리에게 또하나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제공해 주는 사례라 하겠다. 〈삼성경제硏 금융증권실장.經博〉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