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총수요 관리 집착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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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경기가 과연 과열인가,아니면 확장국면에 불과한 것인가.
경기국면에 대한 판단과 정부의 안정화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가 분분하다.96년 중반으로 예상되는 경기 하강기에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루 어지고 있다.그러나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또 거시정책을 운용해야 하는지에대해서는 현재의 경기국면을 보는 시각과 경제주체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사뭇 다른 정책 처방이 나오고 있다.
거시 지표상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호황국면의 가운데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지난해 4.4분기의 성장률이 9% 내외에 이르렀고 올해 1.4분기에도 성장률이 적어도 8%를 나타낼 것으로전망된다.제조업 가동률도 85%를 넘어섰다.금년 도 경제운용 목표가 7% 성장률과 5% 물가상승률에 두어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경기안정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있다. 하지만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불안정한 측면이 많다.우선 경기가 부문별로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중화학공업 부문과 대기업은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가 하면, 경공업 부문과 중소기업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17%대의 통화증가에도 불구하고 高금리와 중소기업 자금난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또다른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절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현재의 경기국면은 「불안정한 호황국면」으로 파악할 수 있다.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면서 성장잠재력 확충을 저해하지않는 방안을 강구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물가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겠으나형식논리적인 물가안정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금리나 환율 등수출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희생돼 경제의 구조적 안정이 깨져서는 안된다.이를 위해 첫째,정부 정책은 예측 가능하게운용되고 신축성을 가져야된다.금 융통화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은 지준 조절을 위해 단기적인 자금 운용에치우치고 있다.기업들도 장래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고 한다.따라서 통화는 팽창하는데 금리는 치솟고 경공업 부문과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둘째,총수요 관리에만 집착하는 통화긴축정책은 지양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러한 정책은 금리만 상승시킬뿐 물가안정을 달성하기쉽지않다. 우리나라의 물가상승은 수요 견인 못지않게 비용증가의성격도 강하다. 통화정책의 부담을 줄이면서 물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임금수준의 안정,각종 물류비용의 절감등 총공급부문의 구조개선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원화절상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것은 재고돼야한다. 수입물가의 소비자물가 전가율이 미미하다는 점을 생각할때 원화절상은 물가안정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원화절상의 가속화는 고금리와 더불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킥 무역수지적자를 늘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끝으로,해외자본 유입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해외자본 유입 확대는 물가불안.금융긴축으로 인한 금리상승.원화 절상.무역수지적자등 적지않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원화절상의 용인보다 통화금융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긴축재정의운용과 자본유출의 확대등을 통해 해외자본 유입에 따른 통화관리상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통화금융정책은 공개시장 조작의 활성화,재할인제도의 개선,지준율 인하 또는 신축적인 운용등을 통해 하루빨리 간접적인 규제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정부는 지나친 원화절상을 방지하고 금리의 하향 안정화를 도모해 국내경기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하고 국내경제의 성장 잠재력을확충하는데 적극 노력해야한다. 그러나 정부가 선택할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매우 작다. 각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노력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측불가능한 정책운용으로 초래되는 경제주체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제거해주는데 일차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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