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리대금업도 地上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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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늦은 감이 있으나 사채업자를 양성화하는 새로운 「대금업법(貸金業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환영할만 하다. 고리대금이라는 말은 얼핏 惡의 대명사로 들린다.많은 사람들은 고리대금업자가 곧 악인이라는 등식을 갖도록 교육되어 왔다.이런 일반적인 느낌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사적인 대금업에 관한 법제정이 머뭇거려져 왔다.私금융에 대한 이런 부 정적 민심에 가세한 또 하나의 세력은 모든 돈놀이는 은행.금융기관에 집중되는 것이 산업자본의 형성에 이롭다는 정부주도 경제개발 원리였다.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본다면 고리대금업은 도덕중립적인 하나의 보통 영업이다.다만 편리하기 때문에 구멍가게에서 라면 한 봉지를 사는 것과 같은 이유로 사금융 업자로부터 돈을 꿀 수 있고,사금융 업자는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은행과 고리대금업을 구별해 대접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현실적으로 보면 고리대금업자란 금융의 영세상인일 뿐이다.
대규모 금융 업자는 규모의 이점을 누리기 때문에 마진을 작게붙이고 비교적 낮은 대출 이자율로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하게 된다.영세한 사금융 업자는 작은 장사기 때문에 취급하는 서비스의 단위당 품도 많이 들고,또 빌려 준 돈을 떼 일 위험도 높기 때문에 그들의 대출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법의 골격을 마련하고 있는 금융연구원의 시안은 합리적으로보인다.특히 금전대출업과 함께 어음중개업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그렇다.이렇게 함으로써만이 금융 흐름의 최종적이고 현실적인 애로를 타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자제한법상의 최고금리인 25%보다 높은 36%까지 대출 상한금리를 이들 영세 대금업자에게는 허용하겠다는 案도 현실적이다.
이 법은 기존의 공식 금융업에 대해 근본적이고 광범위하면서도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바닥으로부터의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영세 금융업은 양성화되더라도 양적으로는 업계에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그러나 질적인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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