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이 석유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선친과 빼닮았다. 고 최종현 회장은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 잇따라 석유파동을 겪자 원유 발굴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최 회장 역시 지난해 남미 페루의 정글 속을 청바지 차림으로 누볐다. SK가 해외에 확보한 석유 매장량은 5억 배럴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다. 배럴당 100달러인 국제 유가를 감안하면 그 값어치는 50조원에 달한다. SK그룹 전체 자산 규모인 60조원에 육박한다. SK는 지난 25년간 해외 유전에서 석유를 탐사하며 숱한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회사는 석유개발사업팀에 단 한 차례의 책임 추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SK에너지 홍윤기 기획개발팀장은 “최고 경영층이 믿고 밀어주지 않았다면 이런 성과를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는 정보기술(IT) 세션에 주로 참석했던 최 회장이 올해는 에너지 세션에 몰두한다. 그가 들고 올 가방에는 어떤 성과물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장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