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치료약, 국내사에 줄줄이 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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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외국산 치료약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제기해 빚어진 특허 분쟁 때문이다.

한국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혈전 치료제 ‘플라빅스’가 장기간 송사를 빚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두 약 모두 각 치료제 분야에서 처방률 1위를 달리며 한때 각각 100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블록버스터급’이다.

노바스크는 2003년부터 안국약품과 분쟁을 벌여왔다. 1심인 특허무효심판에서는 원고인 안국약품이 패소했지만, 지난해 특허법원 2심에선 승리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사연은 이렇다. 한국화이자는 1987년 4월 노바스크의 성분(암로디핀 베실레이트)으로 제법특허를 출원한 뒤 그 해 7월 물질특허제도가 특허법에 도입되자마자 ‘암로디핀’이라는 원천물질에 대해 새로운 특허를 출원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20년이 지난 2007년 물질특허가 소멸됐으나, 한국화이자는 나중에 출원한 물질특허를 통해 2010년까지 특허권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암로디핀 고혈압 제제 시장이 2500억원대로 커지자 나름의 복제약 개발을 준비해오던 국내 제약사들이 몸이 달았다. 참다 못한 국제약품은 ‘노바스크와 똑같은 성분의 복제약을 출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 회사의 오세림 약사는 “노바스크는 2006년 제법특허 보호기간이 끝나면서 특허 수명을 다했다. 3심도 무효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그래서 최종심 전이라도 저렴한 값에 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화이자는 “무효심결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특허는 유효하므로, 특허권 보호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응수했다.

특허법원은 18일 플라빅스를 둘러싼 특허 공방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국내 제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플라빅스의 원천성분인 클로피도그렐의 이성질체와 황화수소염에 대한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로 인해 플라빅스류의 항혈전제를 만들어 팔던 국내 제약사 23곳이 안도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측은 “원천성분의 특허까지 무효로 본 2심 결과는 유감”이라며 “해외에서는 드문 판례라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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