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30대 교장 발탁 ‘중국 교육 실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제2초등학교의 양강(楊剛) 교장은 올해 나이가 33세다. 5년 전 교장에 발탁될 때의 나이는 불과 28세였다. 취임 후 5년간 양 교장은 활발한 교육 개혁을 추진해 더 유명해졌다. 요즘 이 학교 학생들은 베이징에서 치러지는 영어·수학 경시대회는 물론 각종 예체능 경연 대회를 휩쓸고 있다. 그래서 베이징의 중산층 학부모들이 자녀를 가장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로 꼽히고 있다.

 양 교장은 “4000명의 학생, 200명의 교사들이 맘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임무”라고 말했다.

 대표적 교육도시 중 하나인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제2중학교(중고교 6년 통합 과정)의 예추이웨이(葉翠微) 교장은 8년 전 41세에 전국 공모를 통해 교장에 발탁됐다. 후베이(湖北)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한 그는 30대 때 이미 광시(廣西)성 베이하이(北海)중학 교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가 취임한 이후 이 학교 교사들이 학생 지도 방법 개선을 위한 연구 논문을 120여 편이나 발표할 정도로 면학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중국 교육계의 요즘 변화 속도는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다. 이런 변화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20~30대 젊은 인재를 파격적으로 교장으로 발탁하면서 가능했다. 중국 정부는 우수한 교사를 더욱 우대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어 중국의 교단 개혁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연공서열 철저 파괴=20대 교장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젊은 피’ 수혈 정책 덕분이다. 사회 전반에 젊은 인재를 발탁해 중용하자는 연경화(年輕化) 정책의 일환이다. 정부가 워낙 강력하게 시행하다 보니, 이제는 연공서열로 교장이 되는 일은 찾기 어렵다.

일찌감치 개혁·개방이 이뤄진 광둥(廣東)성 등 남부 지역에선 초·중등학교 교장의 평균 연령이 37~39세라는 통계도 있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베이징대학 부속중, 왕푸징(王府井)중, 제2 실험소학교 등 명문 학교일수록 젊은 교장이 많다.

 교장을 임용할 때 나이보다는 철저하게 능력이 기준이다. 사범대학 졸업 성적이나 교사자격증 시험 성적도 고려 대상이지만, 무엇보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현장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률은 대표적인 능력 지표다.

 발탁된 젊은 교장이 2~3년 만에 중도 퇴진하는 일은 드물다. 최소 5~15년 동안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학교를 변화시킬 기회를 준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정책이다.

 ◆교원 평가·차등대우 확대=중국 교직 사회는 자질과 능력을 평가해 차등 대우를 하기 때문에 개인별 급여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직종 중 하나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최근 이 격차를 더욱 확대했다.

안위샹(安玉祥) 중국 교육부 부국장은 “대학 졸업하면서 교사자격증 한번 땄다는 이유만으로 종신토록 철밥그릇을 보장해 주면 누가 열심히 가르치겠느냐”며 “기본급은 비슷하지만 지역과 학교, 교사의 능력에 따라 각종 수당과 성과급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연봉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일은 흔하다. 수업 수당은 10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런 제도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설계했다. 극단적 평등을 강조한 문화대혁명(1966~76년)이 끝난 뒤 집권한 덩은 “교육에 국가 경쟁력이 달려 있다. 특출하게 우수한 교사들이 평생 교육에 헌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교육부는 특급교사제도를 도입했다.

93년부터 특급교사에게 매월 급여의 30%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했는데, 후진타오(胡錦濤) 정부는 올 1월부터 이 수당을 275% 인상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에도 교사들로 구성된 노조 성격의 공회(工會)가 있지만 한국의 전교조와 달리 정치 투쟁보다 학생교육을 먼저 고민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