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반팔·반바지 … 우리 집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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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친 18일 밤 서울 충정로에 있는 미국인 브라이언 브로하우스의 집은 썰렁했다.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밴 이들은 옷을 껴입고, 거실에 이불까지 깔아 놓았다<左>. 20일 밤 서울 반포동 박찬일씨 가족이 거실에 모였다. 바깥 날씨가 풀리기는 했지만 실내온도가 높아 모두 반팔과 반바지 차림이다. 한국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진=박종근 기자]

 20일 오후 8시 서울 반포동 박찬일(40)씨 가족은 식사를 마치고 TV 앞에 모였다. 박씨 가족은 모두 반소매·반바지 차림이다. 거실 온도계를 보니 28도였다. 집안은 ‘여름 날씨’인 것이다. 박씨는 “면적에 따라 난방비를 똑같이 내기 때문에 기왕이면 따뜻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어떤 땐 좀 덥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면적이 111㎡(34평형)인 박씨 집 한 달 난방비는 20만원 정도 나온다.

 바깥 날씨가 영하 3.2도였던 18일 오후 10시 서울 충정로 유엔미 아파트 미국인 브라이언 브로하우스(37)의 집. 거실 바닥에는 얇은 이불이 깔려 있었다. 집안에 들어서자 약간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거실 온도는 22도였다. 브로하우스는 “고향인 미국 뉴욕의 롱아일랜드에 살 때는 집안 온도가 이것보다 훨씬 낮았다”며 “얼마 전 어머니가 다녀갔는데 우리 집이 너무 덥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막 돌이 지난 딸 앤 때문에 온도를 조금 올렸다고 했다.

 한국 가정은 겨울에도 덥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데 선진국보다 기름을 훨씬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 순위는 세계 7위다. 하지만 1인당 석유 소비는 세계 5위. 우리보다 석유를 더 쓰는 건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소비 대국인 미국, 자원 부국인 캐나다, 그리고 온실농업 국가인 네덜란드 국민뿐이다.

 올해 초 배럴당 원유 가격은 10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2006년 61달러 정도에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그래도 한국인의 에너지 소비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에너지 수입으로 쓰는 돈만 1000억 달러(약 95조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를 세계에서 열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발리 회의’ 결정에 따라 2013년 이후에는 우리도 온실가스 감축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에너지 소비 행태가 계속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재정경제부 임종룡 경제정책국장은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유통 체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2%대인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11년까지 5%로 늘리고 서울시의 ‘자동차 요일제’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결국 시민의 참여가 관건이다. 이대로 흥청망청 에너지를 낭비하면 큰일 난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중앙일보는 올 한 해 내내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한다. 에너지는 우리와 후손들의 미래다. 에너지를 아껴야 환경을 구하고 경제도 살린다. 우리 손으로 반드시 그걸 해내야 한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최형규 홍콩특파원, 김동호 도쿄특파원, 최지영(국제부문) 김영훈(경제부문)·선승혜(사회부문)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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