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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중앙은행총재의 동병상련…금리 흔드니 독립성 어찌하오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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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한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묘하게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양쪽 모두 금리정책을 두고 정부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는 데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싸고도 이상기류에 휘말려 있다. 한국은행은 정권 교체기, 일본은행은 총재 교체기에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를 뿐이다.

 한은과 일은은 특히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을 의식해야 할 처지다. 한은의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흘러나오는 발언들을 불편해하고 있다. “한은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 달라” “금융통화위원회를 한은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등의 말은 독립성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한은은 아직 대외적인 대응을 피하고 있다. 한은의 조직 개편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나 계획이 나온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이 먼저 무슨 대응을 하는 게 어색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공기가 더 험악하다. 정부와 자민당이 3월 임기가 끝나는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총재의 후임 인사를 두고 일은과 정부의 협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간사장은 18일 “금융 완화(금리를 내리고 돈을 더 푸는 것)는 후쿠다 내각의 성장 노선과 관계가 깊은 중요사항으로 일은 총재 인선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재무상도 최근 “일은은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더 푸는 데 인색하지 않은 인물이 일은 총재에 적합하다는 뜻이다. 후쿠이 총재는 제로금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6년 7월과 2007년 2월 두 차례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현재 일본 정부·여당은 재무성 사무차관 출신인 무토 도시로(武藤敏郞) 일은 부총재를 밀고 있다. 관료 출신이라 정부에 협조를 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재무 관료 출신을 기용하면 재정과 금융의 분리 원칙이 흔들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후쿠이 총재는 21~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콜금리 수준을 정한다. 블룸버그·마이니치신문 등 해외 언론들은 경기 부진을 감안해 일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에 비해 한은은 이달 10일 물가를 우려하면서도 금리를 동결했다. 이성태 총재는 18일 확대연석회의에서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해 금리 인하보다는 인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인수위가 내세우는 성장노선과 단기적으로는 다소 엇갈릴 소지가 있는 입장이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인상을 시장에 준다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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