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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어도 24년째 혁신은 계속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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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06면

뉴질랜드의 정부혁신은 1984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20년 이상을 지속해온 급진적 정부혁신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정부혁신의 특징은 ▶체계적인 민영화·기업화·상업화·계약주의 등 폭넓은 정책수단 활용 ▶단일 목적의 기관 형성 ▶내각은 결과에 책임지고 최고행정가는 산출을 책임지는 철저한 성과경영 ▶인력자원 관리와 재정관리를 기관장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혁신은 84년 노동당의 집권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90년대 국민당이 재집권한 뒤에도 노동당의 정부혁신 기조는 유지되었다. 99년 노동당이 다시 정권을 빼앗은 뒤 제2차 정부혁신을 수행함으로써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1984년 노동당 집권하며 시작

뉴질랜드의 정부혁신은 84년 국민당 멀둔 총리의 장기집권이 끝나고 랑이 총리의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그 배경으로는 75년 40억 뉴질랜드 달러이던 정부 부채가 85년 280억 뉴질랜드 달러로 증가하는 경제위기, 뉴질랜드 특유의 정치적 급진주의, 웨스트민스터형 중도 성향의 양당체제, 신제도주의 경제학에 근거한 재무장관 로저 더글러스의 로저노믹스 등이 있다.

제1차 정부혁신 기간(1984∼2000년) 동안에는 법제화에 초점을 뒀다. 정부혁신 4대 법안은 공기업법·공무원법·공공재정법·재정책임법이다.

노동당은 실업·보건·교육 등 사회정책을 강조해 왔으나 84년 집권하기 이전까지는 국민당의 대안적 보수당으로 존재했었다. 50년까지 뉴질랜드는 케인스의 복지국가론에 대한 지지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중도좌파적 정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으며, 국민당은 노동당에서 찾을 수 없는 이념적 유연성과 현대화를 약속했다. 국민당은 선거기간 중 중도우파적인 성향을 보였으나 정권을 획득한 후에는 경제에 대한 간섭주의적 접근과 복지국가론을 수용해 중도좌파적인 정책으로 노동당을 무력화했다. 그 결과 노동당은 60년 이후 84년 사이에 겨우 3년(1972∼74) 동안을 집권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84년 노동당이 집권한 뒤 정부혁신 모델에 대한 비판이 시작됐다. 랑이 총리는 로저노믹스에 의한 급격한 정부혁신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에 로저 재무장관이 사임하고 노동당을 탈당해 신노동당을 만드는 등 정부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그 결과 90년 선거에서 노동당은 국민당에 패배했다. 이어 들어선 국민당의 볼거 정부는 94년 재정책임법을 통과시키는 등 노동당의 정부혁신 노선을 이어나갔다.

사람·문화 중시하는 2차 혁신

제2차 정부혁신(2000~현재)은 제1차 정부혁신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하고 있다.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직전 정권인 노동당의 정부혁신을 평가한 것이다. 96년 재무부와 국가서비스위원회는 정부혁신 모델이 효율적이며 투명성 있는 예산 및 재정관리시스템을 갖고 있으나 거버넌스의 결함에 이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산출에 초점을 두다 보니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약속한 수준에 못 미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99년 노동당이 재집권하면서 정부혁신 모델에 집중된 자체 평가가 이루어졌다. 공공관리위원회(SSC)·정부부문표준화위원회(SSSB)·내각 자문그룹(MAG)의 평가가 대표적이다. 노동당 연합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공공관리위원회는 공공서비스는 결과와 그 결과를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SSSB는 지난 15년간 시행되어온 공공시스템의 문제점으로 리더십의 질적 저하, 연속적 계획과 경력 개발에 대한 관심 부족, 훈련과 인력개발에 대한 무관심, 하위직 보수에 대한 전략 부재 등을 지적했다.

MAG는 3개 핵심 내각부처(국무위원회·재무부·총리내각부)와 3개 외부지명자(공공서비스협회 대표 포함)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부혁신 모델이 다음 세 가지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시민중심의 서비스 전달, 결과에 초점을 두고 협력을 강화할 것, 사람과 문화를 중요시할 것이다. 제1차 정부혁신 모델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노동당 정부는 제2차 정부혁신 모델을 탄생시켰다. 새 혁신 모델의 방향은 ▶결과에 초점을 두고 ▶시민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조정능력의 향상 및 네트워크를 통한 작업 ▶사람·문화·리더십의 강화 등이다.

뉴질랜드의 정부혁신 모델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 예산보고서는 “정부혁신의 결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외채비율이 국민총생산액의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급진적 정부혁신을 주도한 랑이 전 총리와 핵심개혁자인 로저 더글러스, 현 총리인 헬렌 클라크 등 정부혁신의 주창자들이 급진적 개혁 과정에서의 불화를 인식하고 다시 만나 과거 20년의 정부혁신을 자축하는 모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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