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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브프라임 쇼크 “미 성장률 1%P 하락→한국도 0.5%P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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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올해 6% 성장을 목표로 하는 한국 경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시작된 주택·금융 분야의 위기가 소비와 생산 등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인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 부실로 각각 230억 달러와 218억 달러를 손실 처리했다.

하지만 부실이 더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인 미국이 위축되면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 악순환에 빠지나=미국 상무부가 17일 밝힌 지난해 신규 주택 건설은 135만3000채로 전년보다 25% 감소했다. 연간 감소폭으론 1980년 이후 가장 컸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 10대 도시의 집값은 1년 전보다 6.7% 떨어지며 10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은 빚을 내 소비하는 나라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소비가 줄면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일자리도 줄어들며 이것이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

실제로 지난 연말 시즌의 쇼핑 판매액은 200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노드스톱 백화점과 보석업체 티파니도 실적이 나빠지는 등 부자들이 지갑을 닫는 모습도 감지됐다.

 제조업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이날 발표한 1월의 지역 제조업지수는 -20.9를 기록했다. 전달의 -1.6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지수가 0 아래로 떨어지면 제조업체들이 앞으로의 사업 환경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인 옵셔네틱스의 애널리스트인 프레드릭 루피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수준은 재앙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1%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경제에도 악재=미국 경제가 주춤하면 우리의 대미 수출과 중국 등을 통한 우회 수출이 타격을 입는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미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리적인 영향도 크다.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기업 투자나 개인 소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예전보다 낮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 시장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1.8%에서 지난해(1~9월) 12.5%로 낮아졌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이 버텨주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미국 정부가 적극 대응하면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경제가 큰 충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수출과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해 6%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미국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지난해 말부터 나아지던 소비와 투자심리가 주춤하고 있다”면서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6% 성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원배·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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