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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요리교육 명문 일본 쓰지학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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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오사카에 있는 쓰지조리학교는 1960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12만 명의 조리인을 배출, 일본 외식업계 조리사 양성 사관학교로 불린다. 사진은 일식 실습 시간에 한 학생<左>이 생선 요리 전문 교사에게 연어 손질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 [사진=유지상 기자]

지난 10일 일본 오사카에 있는 한 중식 레스토랑의 점심 시간. 조리복장을 한 사람들이 두 개의 식탁에 4명씩 둘러앉아 있다. “지금부터 시뮬레이션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주 메뉴는 베이징오리 요리입니다.”

 이곳은 르 코르동 블루(프랑스), CIA(미국)와 함께 세계 3대 조리학교로 꼽히는 쓰지(辻)조리학교의 중식 레스토랑이다. 이날은 2년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학생들의 평가가 있는 날. 학생들은 2개 조로 나뉘어 한쪽은 조리를 하고, 한쪽은 서비스를 받는다.

 한 학생이 잘 구워진 베이징오리 한 마리와 직사각형 칼을 들고 나와 껍질을 얇게 저민다. 손놀림이 어째 어눌하다. 바짝 긴장한 모양이다. 보다 못한 교사가 칼 쓰는 법을 다시 가르쳐 준다. 식탁에 앉아 서비스를 받는 학생들이라고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볼펜과 체크리스트를 들고 음식 맛과 서비스 과정 하나 하나를 기록한다.  수업을 진행한 야오이타 와타루(矢尾板涉) 교사는 “외부 레스토랑으로 현장 실습을 보내기 직전 레스토랑의 모든 일을 직접 체험하는 수업”이라며 “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외부 레스토랑에서도 우리 학교 출신을 반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최고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세로 실습 재료도 최고를 고집하는 시스템과 ‘기본에 충실한 혼모노(진짜)를 가르치려는 노력’의 결합이야말로 학교 명성을 만들어가는 힘이라고 쓰지 요시키(辻芳樹·44) 교장은 말한다.

 쓰지조리학교는 요미우리신문 기자 출신으로 프랑스 요리에 심취한 쓰지 시즈오에 의해 1960년 설립됐다. 프랑스 요리는 물론 일본·중국 등의 요리를 기초(1년)와 상급(2년) 과정으로 나눠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 리옹 현지에 심화 과정도 있다.

 쓰지조리학교가 3월 서울에 진출한다. 나라식품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동아제분 이희상 회장은 최근 일본 쓰지학교와 제휴로 ‘츠지원 요리아카데미’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서울 신사동 와인문화공간 포도플라자에 교육시설을 갖추고, 3월 말 개강할 일본 요리 과정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CIA요리학교는 올 상반기 개교가 목표다. 지난해 CIA와 독점 계약을 맺은 시너전스(온·오프라인 에듀테인먼트 전문업체)의 박원용 대표는 “CIA 측과 미국인 요리교사 수급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상반기 안에 현업 요리사를 대상으로 ‘프로셰프 양성과정’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세계 3대 요리학교가 모두 서울에 입성하는 셈이다. 르 코르동 블루는 이미 교육생을 배출 중이다. 이들의 서울 진출은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외식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한성디지털대 김미자(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식생활 문화가 다양화·고급화되면서 조리전문가 교육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선진 요리기술을 한국 음식에 접목할 경우 한식의 글로벌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사카=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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