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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여가>한진그룹 趙重熏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진그룹 조중훈(趙重勳.75)회장에게 사진기는 「무기」다.지난 50여년간 세계를 여행하며 낯선 세상과 마주칠 때마다 그는이 무기를 들이댔고,렌즈에 잡힌 세상과 금세 친해졌다.
그의 사진기엔 지구촌 곳곳의 역사와 풍물,사업구상이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굴지의 종합수송그룹을 일궈낸 그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趙회장의 사진취미는 이미 정평이 났다.20대 초반부터 5대양6대주를 누비며 만난 수만 컷의 낯선 세상이 85년의 「이집트5천년고대문화사진전」(대한항공 주최,전국 6대도시 순회전시)을비롯한 세차례의 사진전시회로 이어졌으며 한진 그룹 사외보인『길』등 지면을 통해 게재된 그의 풍물사진은 일반인에게도 상당히 친숙하다.
『여행을 하며 느낀 감동과 경이로움을 다른 사람과 나눠가지고싶어 사진을 찍다보니 평생 취미가 됐습니다.여행 도중 카메라 파인더에 들어오는 세상은 항상 저에게 새로운 감동의 원천입니다.』 趙회장의 사진촬영 취미는 물론 사업의 부산물이다.그의 사진작품들은 업무를 끝낸 이후거나 일을 위한 이동 중에 얻어진 것들이며 사진을 위해 따로 여행을 떠난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분초를 다툴 만큼 바쁜 업무차 출장때에도 항상 카메라가방을 휴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해외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진다.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카메라의 무게가 덜어주기도 한다.
趙회장의 사진취미는 동호회 활동 등과는 거리가 멀다.시간이 없는 탓도 있지만 낯선 사람,낯선 거리와 카메라를 통해 혼자 고즈넉이 만나는 편이 홀가분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趙회장의 사진 테마는 주로 역사와 풍물에 집중된다.그간 전시회 결과로 펴낸 이집트.스페인.파리에 관한 3권의 사진첩은 단순한 풍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체취가담겨있다는 평을 받았으나 정작 본인은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진에 쏟는 열정만큼 카메라 수집에도 각별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최근 趙회장이 애용하는 기종은 콘탁스(CONTAX)ST시리즈.이밖에 20대 시절 처음 손에 넣었던 자이스(ZEISS)카메라를 비롯해 라이카(LEICA)M시리즈 등 趙회장은 자신의 손때가 묻은 20여종의 명품 카메라를 소장하고 있다.
그는 고희를 넘긴 요즘에도 1년에 십여차례 해외출장을 가고 이를 통해 얻은 필름들을 손수 분류하거나 회사 참고용으로 실무자들에게 제공한다.『창업자에게 은퇴란 있을 수 없다』는 그의 기업관은 사진 취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趙회장은 셔터를 많이 눌러대기보다는 필름을 아끼는 스타일.남의 사진보다 특히 자신의 사진 선택에 신중한데 이는 안목뿐 아니라 그만큼 사진에 대한 열정이 깊은 까닭이다.
『별다른 건강비결은 없습니다.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인간미랄까,남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요.』그에게 사진기는 이같은 「관심」의 결과이자 건강 비결이기도 하다.
林容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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