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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산책>일본 棋聖戰 조치훈 8년만에 탈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요즘 일본 기성전(棋聖戰)의 결승 7번승부에 국내 바둑팬들의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市에서 두어진 제1국을 1백59수만에 낙승한 조치훈(趙治勳)기성이 일본 후쿠오카(福岡)로 장소를 옮겨 치른 제2국에선 불과 69수만에 투석해 더욱 화제다.
정녕 지자천려필유일실(智者千慮必有一失)이런가.趙기성이 엉뚱한착각으로 초반부터 난타전을 벌이다 거꾸로 대마가 함몰했던 것.
기성.명인.본인방등 일본 3대 기전의 결승은 한판을 이틀씩 둔다.그러나 문제의 제2국은 첫날 끝나버렸다.
3대 기전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일종의 이변인 셈이다.趙기성으로서도 주최측에 미안하게 됐다.
기성전의 7번승부를 거의 온종일 생중계하는 NHK-TV도 방송스케줄에 큰 차질을 빚고 말았다.종국후 바둑판 앞에 홀로 남은 趙기성은 고개를 떨군 채 마냥 앉아 있었다.NHK-TV는 그 장면을 해설없이 20여분간이나 그대로 방영했다 .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은「조치훈의 천적」으로 유명한 일본 프로바둑계의 간판급 고수다.9년전 조치훈이 그의 도전을 받아 기성전 타이틀매치를 벌이던 중 과연 우연한 사고인가 심히의심이 가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휠 체어 대국」을강행하던 그 처절한 승부사 정신을 잊을 수 없다.
그때 조치훈은 2승4패로 일본바둑의 최고봉(最高峰)인 기성타이틀을 내줘야만 했다.그걸 발판삼아 고바야시는 8년간 정상에 군림했다.조치훈은 오랜 와신상담끝에 8년만인 작년에야 기성 고지를 탈환,권좌를 되찾았었다.
그런데 이번의 도전자는 그 고마야시가 아니다. 전혀 다른사람인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이다. 그는 또 누구인사.
금년 26세.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나가노현 출신.기타니 미노루9단의 문하생으로 조치훈의 동문후배.
기성전의 각단전 우승 2회,전단전 우승 1회,유원배 2회 연속 우승,신예토너먼트 우승 1회,기도상 수상 6회의 만만찮은프로필의 유망주다.
아담한 체격,맑고 준수한 용모와는 달리 대담한 호걸형 성품의소유자다. 비교적 이른 나이인 20세에 결혼,이미 20대 초반에 2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두주불사의 술꾼이다.
10여년전에 서울에서 자신을 따뜻이 대접했던 한국기사들이 도쿄에 가자 연일 그곳 최고급 술집으로 안내해 거금을 아낌없이 뿌렸을 만큼 의리도 있다. 일본바둑계에선 제2의 후지사와 슈코로 불린다. 기성과 도전자가 1승1패를 기록함으로써 7번승부가 5번승부로 줄어든 셈이다. 기성전의 우승상금은 3천2백만엔(약2억6천만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6백30만엔(약5천1백만원)이다.
과거 후지사와 9단이 제1기부터 6기까지 기성타이틀을 6기 연속 보유하던(7기때 조치훈에게 3연승후 4연패로 상실함)시절"나는 1년에 네판만 이기면 되는 사람"이라고 큰소리치던 생각이 난다. 상금이 이정도면 그럴만도 하지 않은가.

<참고>趙9단은 9일 열린 일본 기성전 도전기 제3국에서 고바야시 9단을 1백99수만에 黑불계로 꺾어 2승1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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