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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신세대>문화일보홀 클래식 공연 기획자 朴仁淑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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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백건우씨는 연주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지만 김지연씨는 달라요.연주 사이사이 관객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거든요.그래서 무대에 작은 탁자를 따로 마련하고 물컵도 준비했지요.』 지난 1월9일 백건우 피아노 독주회로 막을 올린 문화일보홀 개관공연은 마지막 공연인 김지연 바이올린 독주회가 두차례나 앙코르공연을 가졌을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음악공연계에서 한겨울은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힌다.『좋은 공연만 열린다면 비수기라는 게 별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문화일보홀 공연기획자 박인숙(朴仁淑.24)씨.그는 재담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金씨를 국내팬에뚜렷이 각인시킨 이번 공연의 숨은 주인공이다.
공연기획자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 「문화.예술에 대한 통찰력과함께 시장성을 읽을 줄 아는 균형감각」을 꼽는 朴씨는『작품자체가 1백이라면 1백10까지가 공연기획자의 마케팅 능력』이라고 말한다.공연 포스터에 어깨를 드러낸 金씨의 앨범 재킷 사진을 실은 것도 마케팅전략 차원에서 택한 일이지만 金씨가 이미 활발한 활동을 통해 외국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연주자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으리란 설명이다.
『좋아하는 일과 하고싶은 일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이 일을 택했다』는 朴씨는 정면돌파가 특기인 당찬 행동파.대학을 졸업하던해 도서관에서 공연기획에 관한 온갖 정보를 수집한 끝에 서울국제음악제 사무국에 직접 찾아가 실무를 배우기 시 작했다.문화일보홀의 클래식음악 공연기획자가 된 것도 공연장이 생긴다는 소문을 듣고 책임자를 수소문,이력서를 들고 직접 면담한 결과다.
朴씨는 효성여대 재학시절 매주 음악감상회를 갖는 연합동아리를통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리「에 스텔라」는 술자리에서도 편을 갈라 교향곡의 한소절을 돌아가며 부르는 내기를 즐길 만큼 매니 어들로 가득 찬분위기였다고 한다.
바흐의『무반주 첼로 조곡』을 가장 좋아한다며『바흐주의자는 추사(秋史)주의자 만큼이나 깊은 데가 있다』는 황동규 수필의 구절을 인용하는 朴씨의 모습은 여느 클래식 매니어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하지만『앞으로 이 분야만큼 고부가가치를 낳는 산업도없다』고 단언하는 모습에서 국제적인 공연 매니저를 꿈꾸는 그의욕심이 엿보인다.
글=李后男기자 사진=金允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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