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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 "파리넬리" 유럽서 선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역사상 최고의 카스트라토의 음악과 사랑을 다룬 프랑스영화"파리넬리"가 전 유럽에서 클래식팬과 영화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가운데 칸 국제음반박람회에서 영화제작과정을 공개한 다큐필름이 공개돼 참석자들로부터 경탄을 자아냈다. 프랑스에서는 개봉1개월만에 1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현재 2백10개 영화관에서9주째 상영중이다.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영화기자가 뽑은 특별상을 받았고,프랑스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올해 세자르상 3개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헨델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를 비롯해 리카르도.포르포라 등의아리아가 담긴 사운드 트랙 앨범은 프랑스에서 발매 10일만에 골드앨범을 기록했고 작년말 이미 20만장을 돌파하면서 비틀스.
엘턴 존.스팅을 제치고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프랑스 아카데미 음반상 그랑프리도 차지했다.
이 영화는 주인공 파리넬리가 런던에서 대성공을 거둔 후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파리넬리는 10세때 고환 제거수술을 받고 성악교습을 받은 후 나폴리 무대에 데뷔한다.여덟살 손위의 형 리카르도가 작곡하고 파리넬리는 노래했다.
파리넬리(1705~1782)는 본명이 카를로 브로스키로 나폴리 공국 안드레아에서 태어났다.카스트라토가 대부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에 비해 그는 귀족가문 출신이었다.
나폴리 공연때 헨델은 파리넬리를 처음 만났다.그는 파리넬리를런던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실패하자 『노래하는 기계는 필요없다』면서 화를 냈다.세월이 흘러 서른살이 된 파리넬리는 이탈리아전역에서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드레스덴 공연때 다시 찾아온 헨델이 제시한 엄청난 연봉에 갈등을 겪던 차에 파리넬리는 무대위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침대곁에는 영국 귀족 오페라단을 이끌던 헌터 부인의 조카 알렉산드라가 와 있었다.그녀는 파산 지경에 이른 영국 귀족 오페라단을 구해달라고 간청한다. 런던행 배에 오른 두 형제는 뒤늦게 합류한 스승 포르포라와함께 헨델이 이끄는 왕립 오페라단과 라이벌 관계였던 귀족 오페라단을 위해 일하지만 헨델과 포르포라가 치열한 「오페라 전쟁」에 돌입하자 파리넬리는 헨델 편을 들어 형제간의 우애에 금이 가고 말았다.그러나 헨델로부터 받은 모욕과 환멸 때문에 파리넬리는 몸져 눕게 된다.망명 중이었던 리카르도를 데려와 파리넬리를 무대에 세운 헨델은 연주직전 「목소리의 비밀」을 폭로하여 그를 혼란에 빠뜨린다.
[칸=李長職 음악전문기자] 실망을 딛고 일어선 파리넬리는 헨델의 아리아를 불러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고,그를 사장시키려던 헨델은 충격을 받아 쓰러지면서 "신이 하나이듯 파리넬리도 하나다"라며 극찬을 보냈다.
그후 파리넬리는 영국을 떠나 스페인 필립5세의 궁정음악가로 봉직하게 된다. 그가 부르는 자장가 덕분에 왕의 불면증은 호전되었고,아들 페르디난도6세도 매일 네곡의 아리아를 듣고서야 잠을 청했다. 얼마후 형 리카르도가 스페인으로 찾아왔다. 두형제가 동시에 사랑하던 연인 알렉산드라와 함께,몇달후 리카르도가 궁정을 떠나면서 남긴것은 형제의 공동작품인 귀여운 아기였다.20년후 이탈리아로 돌아온 그는 볼로냐에서 작곡.연주활동을 하면서 여생을 마쳤다.
이영화의 시나리오 집필에 자료가 되었던 것은 파리넬리가 친구인 대본작가메타스타시오와 주고받은 편지. 헨델과 파리넬리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살리에리의 갈등과 비슷하다. 역설적이지만 당시 프랑스는 유럽국가중 유일하게 카스트라토를 금지한 나라였다. 파리넬리는 3월말 국내에서도 개봉될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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