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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담장, 돌담길을 걷다 ②_ 돌담

중앙일보

입력

맨 돌들로 겹겹이 쌓아 올린 돌담은 그저 돌무더기가 아니다. 돌담에 박힌 돌들은 사람의 얼굴모습만큼이나 다르다. 잘 생긴데 하나 없이 제각기 다른 모양의 돌들이 소박하게 박혀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참으로 정겹다. 그런데 이런 돌담을 볼 것 같으면 섬이나 해변마을 가까울수록 맨 돌로만 쌓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바닷가일수록 바람이 드세기 때문에 돌 틈 사이로 바람이 빠져나가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담장 하나에도 깃든 우리 조상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담장의 벽체가 돌담으로 이루어진 지역을 찾아보면 청산도, 흑산도, 비금도 등 그 대부분이 섬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전남 청산도 상서마을 옛 담장”
상서마을은 전체가 돌담으로 형성되어 있다. 돌담 옆으로 난 우물, 한 쪽에 자리 잡은 화장실, 담장을 덮은 넝쿨식물, 작은 녹지 등은 해안 마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상서마을의 담장은 전체적으로 축조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바람이 많은 도서지방의 환경에 맞게 강담구조로 견고하고 높게 축조되어 있다. 강담이란 돌로만 쌓은 형식으로 완도군을 포함한 신안, 진도 등 도서지방에서 불리는 명칭이다. 특히 굽어진 마을 안길과 함께 서로 비슷한 높이로 축조된 돌담은 해안 가옥 형태와 조화를 이룬다.

“충남 부여 반교마을 옛 담장”
반교마을의 돌담은 마을 주위의 밭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자연석 막돌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호박돌)을 사용하여 쌓은 것이다. 담의 폭은 대개 하부가 90cm 정도로 넓고, 위로 가면서 조금씩 좁아져 상부의 폭은 60cm 정도이다. 상후하박(上厚下薄)의 형태로 안정감이 있으며, 담 높이는 일정하지 않으나 대개 1.5-2.0미터 내외가 많다. 돌담의 축조방식은 하부에 제법 폭이 큰 지대석을 두 줄로 놓고 그 위로 가느다랗고 규격이 작은 돌을 사용하여 쌓았으며, 담의 중앙에는 흙과 주먹돌로 속을 채워 넣었다. 마을 내 돌담은 주택의 외곽에 쌓았음은 물론 밭의 경계에도 쌓았는데, 주택의 돌담이 지붕 처마가 닿을 정도로 높은데 반해, 밭의 돌담은 2-3단 정도로 낮게 축조되어 있다.

“전남 흑산도 사리마을 옛 담장”
돌담은 밑이 넓고 위가 좁은 형태로 안정감이 있다. 즉 담을 쌓으면서 안팎의 담벼락을 약간씩 퇴 물려 쌓은 것으로, 마치 작은 성처럼 견고한 느낌을 준다. 돌을 쌓으면서 작은 호박돌과 길고 평평한 돌을 교차시켜 쌓아 올려 구조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전남 비금도 내촌마을 옛 담장”
내촌마을은 무엇보다 풍부한 관광자원을 자랑하는 마을이다. 마을 뒤 고개에는 북풍으로 인한 액운을 막기 위해 돌로 축조한 우실이 섬 지역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고개 너머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하트해변으로 유명한 하누넘해수욕장 등 외국의 유명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코발트블루 색상의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이에 잘 보존된 마을 돌담과 뒤쪽 바위산, 넓게 형성된 들판까지 서로 어우러져 사람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 마을의 담장은 돌의 형태가 둥글지 않고 전반적으로 길쭉하면서 날카롭다. 대체로 담장 높이는 1.5m내외로 일정하며 가옥 부속 채가 담장 역할을 한 곳도 있다. 또한 같은 섬의 서산마을의 돌담과 구조와 형식이 유사하다. 대개 마을 뒤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납작한 돌과 각형의 막돌을 사용하여 쌓은 것이 특징이다. 돌담의 높이는 일정하지 않으며, 폭은 40-60cm 내외이다. 이 마을은 1970년대 초 새마을운동 때 골목을 넓히면서 돌담을 물려 쌓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돌담에 애착을 가지고 보존하려고 노력하여 현재와 같이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전북 정읍 상학마을 옛 담장”
아름다운 산세를 지닌 두승산의 동북쪽 기슭에 자리 잡은 상학마을은 그 입구에 수령이 300~ 400년 정도로 보이는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고 마을 중앙에는 500년쯤 된 귀목나무 한 그루가 있어 마을의 오랜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더구나 이 마을의 돌담은 두승산 자락에 대지를 조성하면서 나온 크고 작은 돌을 사용하였으며, 일부 마을 안길에서는 새마을운동 이전의 좁고 구부러진 골목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또한 돌담 형식으로 높게 쌓은 헛간채 벽 등은 마을 안 구석구석 남아 있는 돌담, 옛 가옥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전남 여수 사도·추도마을 옛 담장”
사도마을의 돌담은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로써 돌의 크기와 형태는 일정치 않고, 평평한 것부터 둥근 것까지 다양하다. 대체적으로 길이가 10㎝에서부터 큰 것은 30~50㎝정도이고, 돌담의 형태는 큰 돌, 작은 돌이 서로 맞물린 형태로 쌓아져 있다. 특히 추도마을의 집약적으로 형성된 돌담은 주변풍광과 잘 어우러져 인상적인 도서지역의 마을풍경을 보여 준다.

“전남 영암 죽정마을 옛 담장”
죽정마을은 삼한시대부터 취락이 형성되었으며, 예로부터 바다로의 뱃길이 있어 중국과 일본 교류의 중심지였던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가옥의 벽체, 하천 제방과 옛 돌담이 잘 조화되어 있다. 이곳의 담장은 흙 채움이 없이 돌로만 쌓은 강담구조로써 산기슭과 하천의 자연석을 이용하여 쌓았으며,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각 민가의 경계를 형성하는 돌담 원래의 상태가 잘 유지되고 있다.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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