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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모래시계"신드롬 인기의 비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SBS『모래시계』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직장인의 회식이 금요일에 집중되는 신풍속도도 나타나고 일부 약삭빠른 주점은 대형TV에 서라운드스피커까지 설치해 빠져나간 손님을 끌어들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여느 모임 에서도 대화주제는 온통 『모래시계』 이야기 뿐이다.이같은 「모래시계 신드롬」의 원인은 무엇일까.방송관계자 및 사회 각계각층 전문가의 견해를 통해 『모래시계』 인기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극적요인=코믹 또는 신세대취향의 트랜디 위주의 요즘 드라마조류와는 달리 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부분을 포착,다수의 시청욕구를 자극한 기획이 성공을 이끌어낸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 방송가의 중론이다.
여기에 2년여에 걸친 제작준비 및 촬영기간과 편당 1억5천만원의 제작비라는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투자가 성공을 뒷받침했다.
연출을 맡은 김종학PD가 다큐멘터리 전문이었다는 점 또한 선이 굵은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한몫 하고 있지만 가볍지않은 사건들을 다큐멘터리처럼 논리적으로 풀어가지않고 태수.우석.혜린이라는 세 주인공의 개인적 시각을 통해 조명함으로써 시청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특히 기존의 상식적 위치에서 벗어나 신선감을 더한 카메라워크와 ENG카메라의 박진감이 극의 영상미와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정치.역사적 요인=유신.5共.광주민주화운동등 방송드라마에서 지금까지 다루지 못했던 성역 또는 처녀지를 정면에서 과감히 다룬 것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특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일본N HK방송의 자료화면과 함께 처음으로 극화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이면서도 명백히 파헤쳐지지 않은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공허함을 부분적으로나마 충족시키려는 시청자들의 기대심리에 파고드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적 요인=신민당 전당대회장 각목난입 사건.YH사건.10월유신.광주민주화운동등 당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던 사건들에 대한 평가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으면서도 극전개 과정에 적절히 삽입함으로써 극적 흥미를 최대화시켰다.
또 조직폭력배등 주먹세계와 카지노등 지하경제의 내막을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써 사회의 그늘에 감춰진 어두운 단면에 대한 사람들의 기본적 호기심과 지하세계의 의리등에 대한 잠재적 동경심을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이 드라마가 92 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사건을 바탕으로 기획됐고 등장인물도 조직폭력배 김태촌,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검사,카지노계 대부 전낙원,지하세계의 유착관계를 보여줬던 장세동.엄삼탁.박철언등 권력층 실제인물의 주요 캐릭터를 차용하고 있는 점에서 인구에 회자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주시청층인 30,40대의 충족되지 못한 정치적 욕구가 드라마를 통해 채워지고 암울했던 과거 정치상황속에서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보는 기회를 제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李勳範기자〉 ◇도움말 주신분=원우현(고려대 신문방송학).차재호(서울대심리학)교수,송선태(민주당 정상용의원 보좌관)씨,MBC 최종수.장두익PD,KBS 홍성룡.윤용훈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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