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거래액 허위기재 실명제 脫稅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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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동산실명제 실시와 토지종합전산망 가동으로 투기를 막는 제도적 장치는 갖춰졌으나 이 두가지의 기초가 되는 검인계약서 제도의 허점으로 탈세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실명제와 토지전산망의 전제가 되는 소유권 이동여부는 검인계약서에 의해 드러난다.그러나 여기에 바로 구멍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말이 검인(檢印)계약서지 계약서상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실제 거래당사자인지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없고 계약서에 기재되는 부동산거래가액이 실제거래가액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실명제 실시로 거래의 투명성은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고는하나 거래에 따른 세금은 실제보다 훨씬 낮게 써낸 계약서상의 허위 거래가액에 따라 산정돼 탈세의 구멍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없다. 따라서 투기와 탈세를 완벽하게 방지하려면 관행처럼 돼 있는 검인계약서 기재금액 허위기재를 막을 수 있는 보완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지금은 검인을 받은 계약서를 관할 등기소에 제출하면 그만이다.거래금액이 실거래 금액인지,허위로 액수를 낮춰 기재한 것인지 전혀 실사(實査)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따라서 실거래금액을 그대로 검인계약서에 기재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
세법상으로도 계약서 기재금액과 과세시가표준액중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취득세등 세금을 매기도록 돼 있기 때문에 최소한 과세시가표준액보다 약간만 높게 써내면 그대로 통과된다.
崔모(55)씨는 최근 경기도 시흥군 소재 대지 3백여평규모의식당을 河모(35)씨에게 6억원에 팔았다.양자가 합의해 검인계약서에 기재한 거래금액은 3억2천만원.河씨는 검인계약서 기재금액의 70%인 2억2천4백만원의 5.8%인 1천 2백99만2천원을 취득세.등록세.교육세.농특세로 냈다.
李모씨도 서울은평구녹번동소재 2층주택을 실제로 3억3천6백만원에 팔았으나 검인계약서에 2억6천만원으로 기재해 3백8만4천원의 세금을 덜냈다.이처럼 검인계약서에 기재되는 거래금액은 실거래금액의 60~70%선에 불과하다.
거래금액을 낮춰 신고하더라도 매도자는 아무런 득이 없지만 손해볼 것도 없어 거래편의상 매수자가 요구하는 금액으로 줄여준다.양도세 과표가 거래금액이 아니라 국세청기준시가(아파트)나 공시지가(토지)이기 때문이다.
반면 매수자는 취득세.등록세가 엄청나게 줄어드는데 이 금액은부동산가액에 따라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에 이른다. 따라서 거래금액을 낮춰 써낼 경우 매도자.매수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함으로써 실거래가액을 정직하게 신고하도록 하는 장치의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물론 이에 앞서 「과표가 실제거래가액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전제로 비정상적으 로 높게 매겨진 세율(거래가액의 5.8%)」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앞서 예를 든 崔씨의 경우 현행세율을 그대로 두고 실제거래가액을 써내도록 강제한다면 세금이 2천4백36만원으로 87.5%나 늘어나게 된다.
조혜규(曺惠圭)공인회계사는 『독일처럼 등기소직원에게 심사권을부여하거나 과표를 실거래가액으로 바꾸되 세율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춰 거래당사자가 세금이 무서워 검인계약서 기재금액을 줄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申成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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