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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새로 나왔다더니…비슷한 신제품 왜 많나?

중앙일보

입력

ㅌ 직장인 A씨는 어젯밤 술에 취해 ‘드림카카오’를 샀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다음날 주머니에는 ‘美카카오’가 들어 있었다.

주부 B씨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였다. B씨는 “같은 곳에 놓여있으니까 가끔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제품이 비슷해서 혼동된다는 사람은 비단 이들 뿐이 아니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 GT’와 빙그레 ‘참맛좋은 우유 NT’는 제품의 콘셉트와 상표가 비슷해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처럼 식품업계에서는 일명 ‘미투(Mee Too)상품’이라는 골칫거리를 안고 있다.

선두업체가 내놓은 제품과 비슷한 제품이 양산되면서 새로운 카테고리가 형성되는 장점이 있으나, 비슷한 컨셉으로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후발제품의 매출이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 풀무원, CJ 두유제조기술 베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풀무원이 자사의 두유 제조기술을 도용했다며 C연구원을 고발한 상황. 지난 2일자로 C연구원은 구속된 상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에 따르면 C연구원은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을 거쳐 CJ제일제당에서 두유 등의 제조기술을 개발하다가 지난해 풀무원으로 이직했다. 문제는 자리를 옮기면서 CJ제일제당의 기밀을 빼내 풀무원의 비단두유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측은 업무보완 차원에서 지난해 C연구원이 퇴사한 뒤 컴퓨터에서 대량으로 자료가 유출된 것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비단두유가 자사의 기밀이 활용돼 콩가루로 제조된 점, 비릿내가 적은 점, 냉장유통이 가능한 점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도 수년 전부터 두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R&D 투자를 늘려왔으나 제품 출시 전 비단두유로 인해 대략 5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대두가루로 두유제조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세밀한 제조 노하우 없이 불가능한 일”이라며 “풀무원이 자사 기밀을 도용했는지 여부는 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반면 풀무원 관계자는 “비단두유는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고 마켓 테스트 차원에서 관능, 맛 등을 시험했을 뿐”이라며 “대두가루로 두유를 제조하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회사 기밀을 도용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명했다.

◇ 미투상품의 빛과 그림자

사실 식품업계에서 기술자가 경쟁사를 옮기는 사례가 많은 편이다. 제조기술 노하우를 살려 한 기업에서 장기간 식품개발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근무환경 등을 고려해 이직을 결심하는 것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다.

단 식품제조기술이나 제품디자인 등은 기업기밀 및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므로 이에 대한 공방은 계속돼 왔다. 따라서 개발부 연구원이 퇴사할 경우 자체적으로 기밀이 유출됐는지 조사하는 것이 통상이다.

문제는 식품업계에서 식품의 제조기술이나 제품디자인이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 시점에 비슷비슷한 제품이 양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미투상품으로 인한 분쟁은 계속됐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이템이 인기를 끌면서 자일리톨, 카카오, 유산균음료, 우유 등에 걸쳐 비슷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

◇ 식품기술 둘러싼 분쟁 심화

대부분은 제품명과 같은 상표권에서 주로 분쟁이 일어난다. 제조기술 등의 기밀사항이 노출돼 분쟁이 일어난 사례는 흔치 않다. 회사기밀이 누출되더라도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미투상품을 어느정도 용인하는 분위기였지만 근래 들어 특허 및 실용신안을 출원한 신제품이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의 분쟁은 미투제품 뿐 아니라 식품제조기술의 보호에 대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통계청의 2006년 기술분야별(WIPO분류) 특허 및 실용신안 출원건수에 따르면 담배를 포함한 식료품에 대한 특허 및 실용신안은 총 3083건이 출원된 바 있다. 이는 전기·반도체(3만1588건)와 전자·통신(2만3312건) 분야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특허청 관계자는 “식료품에 대한 특허출원 및 실용신안에 특별한 다른 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며, 다른 분야와 비슷한 심사를 거친다”며 “하지만 식품제조기술 중 완성되지 않은 사항이나 회사의 상황에 따라 출원하지 않고 노하우로 가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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