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金利,기업에도 책임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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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高금리 비상이 걸렸다.우리나라만이 아니다.국제적으로도 금리는오르고 있다.미국(美國)의 연방준비은행이 또다시 금리를 올렸다.멕시코 페소貨의 폭락 여진이 아직 잠들지 않은 판에 일본(日本)대지진이 세계의 금융 경색을 더욱 악화시켰다 .거기에 중국(中國)의 불안이 가세하고 있다.중국의 불안은 경기과열 뿐만 아니라 덩샤오핑(鄧小平)사망 임박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마저 겹쳐 있다.
한동안 수익성의 꿈만을 좇던 국제금융 돈줄들이 갑자기 수익성이면의 위험성을 더 주시,자금의 공급이 움츠러들고 있다.이와같이 국제적 금리 상승 기류마저 우리나라 금리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작용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근자 금리가 오르면 신용의 최종 공급자인 한국은행의 정책 잘못과 자금의 매개기관인 각종 금융기관의 비효율성에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사실 현재의 고금리 현상에는 자금공급의 비효율성에 상당히 책임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값이 올라가는 원인은 결코 한쪽 손바닥만의 탓은 아니다.금리는 금융시장에서의 돈의 값이다.자금 차입 수요의 무리한 압력이 없었다면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간과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자금 부족은 최종적으로 기업 투자자금의 과대한 수요에 그 원인이 있다.말을 바꾸면 금리가 오르는 것을 기업 쪽에서는 투자활동의 시간표를 뒤로 물리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실제로 미국의 연준(聯準)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기업에 이런 메시지를전달하는 신호다.
기업의 왕성한 투자 욕구는 한나라 경제의 건강과 의욕을 나타내는 지표다.왕성한 투자 없이 앞으로의 경제성장은 보장되지 않는다.그러나 여기에도 반드시 중용(中庸)은 있어야 한다.나라의경제도,개별 기업 활동도 한해만 살다 끝날 수는 없는 것이다.
억지로 기업의 투자자금 수요를 대주다가는 물가를 올리게 되고,물가가 오르면 명목금리는 불가불 한 단계 더 오른다.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말도 있듯이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은 거기에 맞춰 투자를 축소해야 한다.
지금이 그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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