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제 많은 명단공개 發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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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승용차 10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위반자의 명단공개를 검토한다는 서울시의 발상(發想)에는 문제가 많다.실시초 열흘간은계도기간으로 정하고 열흘이 지나면 위반자에게 5만원의 과태료를물린다는 것이 10부제 운영에 관한 「규칙」이 다.이 규칙은 당국이 정해 발표한 시민에 대한 약속이다.약속에도 없던 명단공개를 추가로 한다면 이는 엄연히 약속위반이요,이중처벌이 아닌가. 이런 형식논리가 아니더라도 서울시측은 명단공개가 갖는 뜻이뭔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이런 발상을 불쑥 내놓은 것 같다.
명단공개라는 것은 바꿔 말해 사회적으로 창피를 주고 수모(受侮)를 가하자는 뜻이다.이 사람은 10부제를 안지킨 얌체니까 이사람을 상대할 때는 그런 사람인줄 아시오 하고 동네방네에 소문을 내자는 것이다.더 확대해석하자면 위반자의 인간관계.거래관계를 악화시키고 그의 직장내에서의 인간적 신뢰에 손상을 가하자는뜻이다.10부제를 위반한 행위가 아무리 밉고 중대하다 해도 관청이 자기네 시민을 그런 방법으로 궁지로 모는 일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10부제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죄를 지은 죄인에 대해서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범법자 처벌의 본뜻은 사람 보호에 있는 것이다.그러나 명단공개라는 처벌방식은 바로 사람을 미워하라고 강요하는 것 이나 다름없다. 서울시측은 상류층.부유층등 알만한 사람들이 소유한 고급차의 위반을 우선적으로 문제삼아 이들의 명단공개를 검토한다고 한다.같은 위반이라도 서민의 소형차는 봐준다는 것인데 얼핏 감정상으로는 잘하는 일 같기도 하지만 동일한 사안(事案) 의 차별적 처리가 법리(法理)에 맞기나 한 일인지,또 관청이 고급승용차에 대한 거부감을 제도화하는게 우리 사회의 원리에 맞는지 한번 생각이라도 해봤는지 묻고 싶다.
과거에도 걸핏하면 명단공개라는 처방이 들먹여지곤 했지만 사람의 이름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손상할 권한이 없으며,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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