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루키 펀드들 … 무늬만 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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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해엔 ‘루키(신참) 펀드’(출시된 지 1년이 안 된 펀드)가 유난히 많이 나왔다. 오래된 펀드보다 돈도 더 많이 몰렸다. 루키 펀드 중에선 해외 펀드가 유독 많았다. 연초엔 일본 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이 내놓은 일본 펀드엔 한때 1조원 가까운 돈이 몰리기도 했다.

외국자산운용사의 해외 펀드(국내에서 설정해 외국에 투자하는 펀드) 출시도 한꺼번에 몰렸다. 정부가 지난해 4월 해외 펀드의 주식양도차익에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외국 자산운용사가 이미 팔고 있던 역외펀드(외국에서 설정해 외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복제한 해외 펀드를 앞다퉈 내놓았기 때문이다. 상당수 펀드가 루키라고 하지만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2007년 출시된 설정액 200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하반기 수익률 1위를 기록한 ‘피델리티인디아종류형주식-자(A)’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역외펀드로 운용하던 ‘피델리티인디아주식펀드’를 그대로 복제한 상품이다. 하반기 수익률이 30%를 웃도는 ‘피델리티차이나종류형주식-자(A)’도 2006년 최고 인기 펀드였던 ‘피델리티차이나포커스주식펀드’의 운용 전략을 그대로 차용했다. 새로 시장에 나오긴 했으나 운용 전략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펀드였다는 얘기다. 이들 펀드에 돈이 많이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펀드 바람이 거세게 불자 미처 해외 펀드 상품을 갖추지 못했던 국내 자산운용사도 경쟁적으로 신상품을 서둘러 내놓았다. KB자산운용·삼성투신운용 등이 출시한 중국 펀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에는 물 펀드·럭셔리 펀드·컨슈머 펀드 등 다양한 테마 펀드도 선보였다.

하지만 성적은 크게 엇갈렸다. 연초 기대를 모은 일본·서유럽 펀드나 각종 테마 펀드는 수익률이 신통치 않자 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설정액 2000억원이 넘는 펀드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순자산액 1000억원 이상의 루키 해외 펀드 가운데 유럽 펀드는 3개, 일본 펀드는 1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4개 모두 6개월 누적으로 원금을 까먹었다.

국내 루키 펀드도 신통치 못했다. 루키 펀드 평가대상(설정액 2000억원, 설정 후 6개월 이상 된 2007년 이후 출시된 펀드) 30개 가운에 포함된 국내 펀드는 5개에 불과했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플러스주식형(C-A)’이 17위에 오른 게 국내 펀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지난해 1월 15일 설정된 ‘CJ지주회사플러스주식1’이 누적 수익률 70%를 웃돌며 선전했지만 하반기 들어 지주회사 관련 주식들이 별 힘을 못쓰면서 6개월 수익률은 13% 안팎에 그쳤다. 전체 펀드 시장이 중국·신흥시장 중심으로 쏠리다 보니 루키 펀드 역시 중국·인도·신흥시장에 투자한 펀드만 좋은 성과를 냈다.

증권팀=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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