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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터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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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70년대 중반 한 사람은 국책 연구 기관인 KDI의 수석연구원, 한 사람은 건설 회사 부사장이었다. 한 살 터울의 두 사람은 이때 처음 만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공일 전 재무장관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연을 설명하는 글이다.

이 글에서 두 사람의 나이 차를 설명하기 위해 ‘터울’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하지만 터울은 위 글의 문맥에는 맞지 않는다. 터울은 단순한 나이 차이가 아니라 ‘한 어머니가 아이를 여러 명 낳았을 때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의 나이 차이’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 예문의 경우는 ‘한 살 터울’을 ‘한 살 차이’ 등으로 고치면 문제가 해결된다.

똑같은 이유로 “할머니와 나는 쥐띠로 육십 년 터울이 나는 띠동갑이다” “이 예식장에서 언니가 결혼하고 2년 터울로 오빠들이 식을 올렸다” “한 달 내지 두 달 터울로 신제품이 나오고 있다” 등의 터울도 잘못 사용된 것이다. 이 예문들도 ‘육십 년 터울이 나는’을 ‘육십 년 차이가 나는’으로, ‘2년 터울로 식을 올렸다’는 ‘2년 간격으로 식을 올렸다’로, ‘두 달 터울로 신제품이 나오고 있다’도 ‘두 달 간격으로 신제품이 나오고 있다’ 등으로 고치면 된다.

“우리 누나와 나는 터울이 떠서 싸울 일이 없었다” “언니와 나는 두 살 터울이 진다” “내 위에는 세 살 터울의 형이 있었다” “60년대의 산아제한 구호는 ‘세 살 터울로 셋만 낳고 단산하자’였다” 등의 글에서는 터울이 친형제나 남매, 자매의 나이 차이를 표현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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