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造船.자동차 설비확장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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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럽연합(EU)과 일본(日本)이 우리의 조선(造船)및 자동차산업의 설비확장계획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강력한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특히 조선산업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한국(韓國)정부가 증설을 억제해줄 것을 강력 히 촉구함으로써 평소 기본이념으로 내세워온 자유경쟁과는 동떨어진 정부개입을 강요하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자세를 드러냈다.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설비증설의 억제를 요구하면서 한국의 자본시장 개방및 노동법 문제등을 언급,경우 에 따라서는 이를 압력수단으로 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국가에서 민간기업의 설비증설은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에 의해 이뤄진다.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른 나라에서 민간기업의 설비투자에 정부가 감놓아라 배놓아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하물며 다른 나라 특정산업의 설비 확장에 대해정치적 책임을 묻고,이의 관철을 위해 아무 관련도 없는 자본시장개방이나 노동법조항을 압력수단으로 들고 나오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특히 상품.서비스.인력.자본등의 교류에 있어 기본틀이 될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自國)의 이해와 관련한 쌍무적(雙務的)요구가 계속되는 것은 WTO체제의 정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조선분야에서는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진국이다.따라서 어느 정도의 국제적 책무(責務)를 요청받는 것은 있을 수 있다.그러나 향후 세계 신규 조선수요의 예측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자신의 시나리오만을 근거 로 일방적인설비감축을 강요하는 것은 국제적 책무의 부과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따라서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협상에서 증설(增設)은 업계의 자율판단에 따른 것이며,정부는 이를 억제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 것은 정책원칙의 적절한 표현이었다.향후 협의과정에서도 이런 원칙을 견지하면서 우리측 시황(市況)판단의 논리적 근거,경쟁원리에 입각한 국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등 당당한 주장을 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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