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의 남편 입김 무덤덤해질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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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17면

일러스트= 강일구

“귀가 닳겠다, 닳겠어. 귀에 뜨거운 입김만 불어대면 내가 늘 좋은 줄 알아?”

“예전엔 그렇게 하면 온몸을 파르르 떨었잖아.”

“결혼 8년 내내 똑같잖아. 어떻게 흥분이 되겠어.”

모처럼 분위기 잡고 자극하는데, J씨의 아내가 딴죽을 건다. 고분고분하던 아내의 불평불만에 J씨의 흥분이 확 달아난다.

“네가 나이가 들어서 무뎌진 거지.”

J씨는 그렇게 되받아쳤지만, 아내의 감각이 노화로 무뎌진 탓이 아니다. J씨는 연애에 숙맥이던 대학생 시절 연애박사인 친구로부터 어설픈 성교육(?)을 받았다. ‘여자는 귀에 뜨거운 바람만 불어주면 뿅 간다’고 배웠던 것이다. 젊은 시절엔 정말로 그게 잘 통할 때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방법은 생각도 못했다. 괜히 아내의 불만에 뜨끔해진 J씨는 역공에 나섰다.

“누군 할 말이 없는 줄 알아? 여자는 만날 전희가 필요하다며 목석처럼 누워 받기만 했지 당신은 꼼짝도 안 하잖아. 남들처럼 오럴 좀 해달라면 징그럽다며 손사래나 치고….”

사실 J씨의 아내는 남편을 손수 자극하는 것은 매춘여성의 서비스처럼 천박한 짓이라고 여겼다.

성적으로 잘 맞지 않아 치료를 받는 부부들 중엔 J씨 부부처럼 특별한 성기능 장애는 없지만 천편일률적인 섹스와 수동적 태도가 원인인 경우가 꽤 있다. 즉, 상대의 성적 흥분을 일으킬 적절한 요령과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매번 입술-젖가슴-삽입 등으로 이어지는 뻔한 방식만 고수하면 성적 재미는 반감된다.

평소와 뭔가 다른 예상 외의 자극이 종종 필요하다. 즉, 남편이 입을 맞추고 가슴을 애무했으니 이젠 삽입하겠군 하고 예측되면 성적 흥분은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아내가 마지못해 입으로 몇 번 대충 자극해주고 곧 삽입을 요구할 것이란 예측은 남편의 흥분을 감소시킨다. 배우자가 몇몇 성감대를 좋아한다고 평생 그곳만 자극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성적 자극의 다양성은 신체 부위의 변화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온몸이 성감대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번 온몸을 자극할 필요도 없다. 5~6군데 성감대를 때마다 달리 선택해서 자극 방식과 순서에 변화를 주면 된다. 흔히 입술과 혀만 이용하지만, 이빨로 긁거나 깨문다든지, 손으로 쓰다듬거나 붓·브러시·깃털·얼음 같은 도구로 변화를 주는 것을 변태라 할 수 없다. 서로 동시 자극을 하는 것도 색다른 묘미를 줄 수 있다.

적어도 사랑을 나누는 사이엔 보수적인 경계를 조금 무너뜨리는 것이 즐거움을 훨씬 더할 수 있다. 부부 사이에선 지나칠 만큼 보수적이고 수동적이면서 엉뚱한 곳에선 온갖 말초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이들은 좀 뜨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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