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세 여자의 三色 연애담 -뜨거운 것이 좋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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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18면

시나리오를 열일곱 번이나 고치고 있는 작가 아미(김민희)는 인생이 답답하다. 남자 친구는 바람을 피우고 입봉은 멀기만 하며 얹혀사는 언니네 집에선 조카까지 구박을 한다. 아미의 언니 영미(이미숙)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녀는 젊은 연극배우와 하룻밤 정사를 가진 뒤 막무가내로 구애하는 그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조카 강애(안소희)도 사랑에 바쁘다. 강애는 남자 친구와 키스하는 법을 배우려다가 여자 친구에게 야릇한 감정을 느끼고 만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강모림의 만화『10, 20 그리고 30』이 원작인 영화다. 30이 40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이처럼 서로 다른 세대의 여성들을 한꺼번에 전면에 내세운다면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되 뻔하지 않으며, 작위적인 설정에 휩쓸리지 않고, 트렌드에 집중한 나머지 구체적인 인물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 그런데 ‘뜨거운 것이 좋아’는 이런 실수를 두루 범한다.

강애의 미묘한 심리는 그나마 살아나는 편이지만, 두 남자 사이에 그리고 일과 결혼 사이에 놓인 아미의 갈등은 스케치보다도 간략한 크로키 같고, 젊은 남자와 즐기는 영미의 언행은 너무 익숙한 나머지 다음 대사가 환청처럼 미리 들릴 정도다.

권칠인 감독의 전작 ‘싱글즈’와는 너무도 다르다. 아미와 일하는 감독은 “자기 이야기를 쓰는 건데, 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그녀를 타박한다. 그 대사는 마치 이 영화의 자기 고백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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