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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總長 유엔 경제봉쇄 실효성 의문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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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엔의 경제봉쇄는 전가의 보도인가,아니면 솜방망이에 불과한가. 그동안 국제사회의 악동(惡童)들에게 회초리 역할을 해온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가 유엔 내부에서 먼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부트로스 부르토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독재자를 응징하기 위한 경제제재 조치가 실제로는 그 국가의 빈자와 약자에게만고통이 전가되고 있다』며 경제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트로스 갈리총장은 또 즉흥적으로 결정된 경제재제 조치가 당초 목표와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안보리가 경제봉쇄를 해제하거나 목표수정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이라크.리비아.소말리아.보스니아.남아공(南阿共).짐바브웨등 경제제재가 단행됐던 아프리카.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당초 목표였던 독재자의 퇴진이 성과를 거둔 예는 없었다.
지난 77년 단행된 남아공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는 무려 17년을 끌어 94년에야 해제됐다.그러나 당초 목표였던 흑백 인종차별 정책의 철폐는 흑인단체의 저항과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이었지 유엔 제재에 의한 결과는 아니었다.
또 이라크와 리비아의 경우 경제제재로 독재자가 퇴진하기는 커녕 유엔과의 긴장을 이용,강압정치를 시도함으로써 오히려 권력기반이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그동안 경제제재 조치를 주도해온 미국과 영국은 펄쩍 뛰고 있다.
인권을 우려하는 국내 여론과 무력침공시 자국 병력의 희생에 따른 반발을 고려할 때 경제제재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올브라이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경제봉쇄 조치의 효과가 무딘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력제재에 의존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데이비드 하네이 유엔주재 영국대사도『우리가 싸우고 있는 대상은 비합리적인 독재자』라면서『유엔의 경제제재가 항상 산뜻하고 인간적일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라크에 대한 5년간의 경제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또 한번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안보리 회원국 가운데 러시아.중국.프랑스가 모두 對이라크 경제제재 조치의 조기 해제를 요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여론도 미국과 영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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