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럭비공’ 주가 … 어디로 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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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폭락 1929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이헌대 옮김, 일리, 299쪽, 1만5000원

폭락과 버블은 동전의 양면이다. 증시라는 동전을 던지면 한 면에는 폭락이, 다른 면엔 버블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걸 맘대로 조정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갑부가 될 터이다. 주가가 폭락한 뒤 사서 버블의 정점에 내다 팔면 그만이니.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문제다. 오죽하면 경제학자들 사이에 “주가 예측은 신도 어렵다”는 말이 나돌까.
 
『2010 버블 붐』『대폭락 1929』은 그 어렵다는 주가 예측과 분석에 도전한 책이다. 전자는 거대한 버블(주가 급등)이 2010년까지 진행 중이니 얼른 투자해 부자가 되라 하고, 후자는 1929년 10월 주가폭락과 10년 대공황을 부른 원조 블랙 먼데이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한다. 두 책 모두 첫 출간 이후 큰 화제를 불러 이번에 재출간됐다.

『대폭락 1929』는 54년 첫선을 보였다.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55년·61년·72년·88년에 이어 97년 재출간됐다. 2005년 3월에는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우리가 아는 가장 스마트한 책 75권’에 꼽히기도 했다. 이 책이 50년 세월을 건너 뛰어 지금도 추천도서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많다. 저자 갤브레이스의 탁월한 필력이 그 중 하나다. 거의 100세(1908∼2006)를 살면서 33권의 저서를 남긴 저자는 ‘살아있는 현인’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 큰 경제학자다. 게다가 소설을 발표하는 등 필력도 대단했다. 자칫 어렵고 지루하기 쉬운 경제사를 소설처럼 풀어냈다.

시장이 어려워질 때 워싱턴에서 하는 말은 언제나 비슷하다. “경제 상황은 기본적으로 건전하다.” “경제 펀더멘탈은 양호하다.” 이 말을 듣게 되면 경제가 무엇인가 어려워졌구나 하고 알아채야 한다. (저자 서문 중에서)
 
주식 투기, 주가 조작, 증시 버블과 폭락…. 이것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장에서 항상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책의 생명력이 마르지 않는 이유다. 저자의 마지막 일침도 따끔하다.

환상의 나날이 끝날 무렵, 수많은 미국인이 고개를 저으며 투덜거렸다. “(주식 투자)다시는 안 한다.”
 
『2010 버블 붐』도 출발점은 같다. 1929년의 대폭락이다. 그러나 관심은 정반대다. 1921년 말∼1922년 초 기술주 폭락을 저자는 엄청난 호황의 예고편으로 해석했다. 기술주 폭락 당시 주식, 특히 자동차와 신기술 주식을 매입했다면 8년 후 다우지수에서 6배, GM(제너럴 모터스)에서는 22배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증시는 기술주 폭락 이후 8년간 사상 유례없이 주가가 올라 ‘광란의 1920년대’라 불렸다.

저자는 그런 대호황이 지금 또 찾아왔다고 주장한다. 2000∼2002년의 기술주 폭락을 80년 만에 오는 대호황의 신호로 봤다. 80년마다 혁신적인 신기술과 신경제가 나타나는데 그게 2010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2010년 다우지수가 현재(10일 12853.09)의 세 배가 넘는 3만8000∼4만 포인트에 도달한다고 예측했다. 그 후엔 다시 대폭락이 이어지는 만큼 마지막 대호황을 놓치지 말라고 설득한다. 풍부한 통계 그래프와 도표는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지금이 부자가 될 때다”가 2010의 주장이라면 “(주식투자) 다시는 안 한다”가 1929의 교훈이다. 선택은 역시 독자의 몫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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