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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작품감상 無線서비스 국립현대미술관 무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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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헤드폰을 끼고 미술작품 앞에 다가서면 적외선 센서가 작동,경쾌한 음악과 함께 작품설명이 시작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가면 누구나 최근 개발된 이 첨단 무선음향안내시설(헤드폰서비스)로 별다른 어려움없이 작품감상을 할 수 있다. 이 설비는 한 중소기업(제이 코아스)이 수억원을 들여 개발,설치한 것으로 외국의 어느 미술관에도 뒤지지 않을만큼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지만 이 설비를 이용하는 관람객은 거의 없다.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미술관의 지원이 거의 없고 관람객의 인식도 아직은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측은 관람객의 작품감상에 도움을 주고자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자랑하지만 작품설명문을 작성해준 것 외에 정작 필요한 재정지원등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설치업체는 미술관의 예산지원 한푼 없이 대여료만으로 설치와 운영경비를 충당해야 하는 실정.대여료가 2천원에 불과해 하루에1백명 이상 이용해야만 겨우 유지 될 수 있을 정도인데 지금은하루 한두명만이 이용하고 있다며 울상이다.
미술관측은 『연 6백만원이면 될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전철안에 포스터 한장 못붙이고 있다』며 설비예산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 ○…올해는 「미술의 해」.미술의 해 조직위원회는 생활속의미술을 확립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기본예산마저도 확보되지 않는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목표가 모두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의 의식도 마찬가지.대여료가 외국 미술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선안내시스템 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치는데 그 돈이 아까워 애써 마련한 시설을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공짜라면 모르지만…』이라는 것이 아직도 우리의 의식 수준인가?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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