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18개 대학 입학처장 “논술 자율화가 본고사 부활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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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8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 모여 “논술고사가 자율화돼도 본고사를 부활해서는 안 된다”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18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9일 “논술고사가 자율화되더라도 본고사를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돼도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암기식 시험이나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본고사 형태의 문제는 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이날 “논술고사 자율화를 사실상 본고사 부활로 해석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인수위의 견해와 다르다”며 “대학입시 관련 업무를 대학 협의체에 이양하기로 정책 방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세부 이양 방엔에 대해서는 결론 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와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소속 18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이날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논술을 포함한 ‘대입 자율화 방안’을 논의했다. 18개 대학은 건국대·경희대·계명대·고려대·관동대·동의대·부산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아주대·연세대·이화여대·인하대·조선대·한국외대·호서대·홍익대다.

입학처장협의회 정완용(경희대 입학처장) 회장은 “대학 입시가 자율화되면 논술 가이드라인은 의미가 없어진다”며 “옛 국·영·수 중심의 본고사가 아닌 통합교과적인 논술고사 도입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본고사와 대학별 고사의 개념은 전혀 다르다”며 “대학들이 본고사를 부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별로 특성 있는 논술시험을 도입하겠지만 그것이 1960~70년대식 본고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대학들은 2005년 이후 금지됐던 외국어(영어) 제시문을 내거나 수학·과학 관련 풀이 과정을 묻는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이 크다. 고려대·서강대·한양대는 8일 “2009학년도 입시부터 ‘논술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문제를 자유롭게 내겠다”고 밝혔다.

<본지 1월 9일자 1면>
입학처장들은 대학별 고사 시행 시점을 놓고도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정 회장은 “2009학년도부터 할지 2010년학도부터 시행할지는 나중에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하대 박제남 입학처장은 “2010학년도 시행을 주장한 대학들은 학생들의 ‘혼란 방지’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수능등급제 이견=대학별로 입장이 갈렸다. 일부 입학처장은 “수능등급제를 당장 폐지하지 못한다면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대학에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입학처장들은 “백분위 공개는 등급제 폐지를 의미하므로 2009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이 이미 공개됐기 때문에 당장 시행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외대 신형욱 입학처장은 “대학 간 입장 차이가 커 합의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입학처장들은 “대교협이 입시를 규제하면 ‘제2의 교육부’가 될 우려가 있다”며 “대입전형과 같은 최소한의 기준만 정하고 나머지는 대학에 위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교협으로 입시 업무가 넘어오면 큰 원칙만 제시하고 세세한 부분은 대학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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