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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스웨덴식 복지 … 이명박 정부는 덴마크식 노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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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2003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위원회 간사인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공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 스웨덴은 30%인데 우리는 5%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쳤다.

 5년 뒤인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동관 대변인은 노동부 업무보고 직후 “고용 개선과 생활 안정을 위해 30~40%인 사회보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쉬운 해고와 고용)을 높이기 위해 해고 근로자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덴마크식 유연안전성(Flexicurity) 모델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정권 초기에 노동과 복지 모델로 스웨덴을 꼽았다면 이 당선인 측은 덴마크를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보험·직업교육과 같은 사회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며 “비정규직의 숫자보다는 이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직보호법을 만들어 기업들의 운신의 폭을 줄인 것과는 반대다.

 인수위의 정책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는 덴마크 유연안전성 모델은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을 인위적으로 줄이려 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기업이 여건에 맞게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영대학원장은 “사회안전망을 확보한 상태에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면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자의 질이 높아지고, 이는 곧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덴마크는 실업자가 되더라도 자신이 받던 임금의 90%를 실업급여로 받는다. 대신 실업자가 되는 즉시 정부가 알선하는 직업훈련을 받아야 한다. 정부의 직업 알선을 거부하면 실업급여를 주지 않고 심하면 고용보험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기찬 기자

◆유연안전성(Flexicurity)=고용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전성(Security)이 조합된 용어다. 기업들이 해고와 채용을 보다 쉽게 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고, 실업자는 복지정책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유럽위원회(EC)는 지난해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지면 노동시장이 유연해져도 근로자는 불안을 덜 느낀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유럽 국가들에 유연안전성을 높이는 고용정책을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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