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대통령과 그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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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들이나 형제등 친족 등용주의를「네포티즘」(nepotism)이라 부른다.
「네포」는 라틴어의 네포스(nepos)에서 유래됐다.영어로 조카(nephew)다.중세 로마교황들은 사생아를「조카」(nipoti)로 부르고 뒤를 보살폈다.
플라톤의『이상(理想)국가』에서는 지도자로 키울 어린이는 태어나는 즉시 그 부모와 격리되고 생모조차 그 아들을 못알아보게 키워진다.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가족을 사리(私利)의 방패로 매도했다. 그럼에도 네포티즘은 권력을 유지하고 승계하는 가장「자연스런 방법」으로 존속되고 있다.인간사회에서 가장 끈끈하고 영속적인 단위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의 친족 세습체제가 그 극한적인 형태다.민주 자본주의사회에서 네포티즘은「千의 얼굴」이다.케네디와 록펠러類의「정치가문(家門)」을 이루기도 하고,기업계에선 2세및 친족경영으로 가지를 뻗는다.
선거로 대통령의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미국(美國)에단 한번 있다.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아들 존 퀸시 애덤스가아버지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25년만에 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버지가 물러난 얼마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아들 애덤스대통령은 대통령에서 물러난후 하원의원에 당선,17년간 의원생활을 계속한 정계의「걸물」이었다.그의 아들도 후일 하원의원을 지냈다.
대통령의 아들이 국회에 진출한 것은 루스벨트대통령의 두 아들을 비롯,상원의원 2명과 하원의원 6명등 모두 8명에 불과하다.「아버지만한 아들」이 드문 데다 권력과 돈의 뒷받침등 「비호」가 없는 네포티즘은 더 이상 네포티즘일 수가 없 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前대통령의 장남이 지난주 텍사스 주지사에 취임했다.텍사스는 아버지 부시의 정치적 고향이다.그것도 48년만의 첫 공화당 주지사다.
클린턴에게 표를 찍은 후회감,아버지 부시에 대한 동정심도 작용은 했다.그러나 그 당선은「텍사스인의 자결(自決)」을 내건 아들 부시의 정치적 역량에 입각한 홀로서기였다.
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의 아들이 여권의 「전략지역」지구당 위원장을 맡았다.아들이 웬만해서 아버지를 능가하기 어려운 우리의정치현실이다.더구나 본인의 역량보다 한국정치의 「병든 지역주의」의 고려가 앞서 있다면 그 데뷔는 스스로 빛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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