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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아파트 분양시장 봄맞이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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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깊은 겨울잠에 빠졌던 분양시장이 봄을 맞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직 강도는 약하지만 분양 현장 곳곳에 가느다란 햇살이 비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계약률이 높아졌고, 쌓여 있던 미분양 물량도 팔리고 있다. 지방 분양시장도 점차 기력을 되찾고 있다. 그간 신규 공급이 뜸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대구.속초.익산 등에서 분양한 아파트에는 아직 열기라고 말하긴 이르지만 그런 대로 인파가 몰렸다.

건설업체들도 바빠졌다. 봄 분양 철을 앞두고 분위기가 호전되자 미뤘던 물량을 내놓기 위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6월 말까지 전국 546곳에서 29만8000여가구의 아파트(주상복합 포함)가 쏟아진다. 3, 4월에만 20여만가구의 분양 물량이 잡혀 있다. 이 가운데 서울에서는 119곳, 3만5000여가구가 공급된다.

?분양시장은 '구조조정 중'=청약시장의 축이 가수요에서 실수요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 업체들은 가수요에 의존하던 마케팅 전략을 버렸다.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하며 실수요 찾기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지난해 10.29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 청약 관련 제도는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었다.

투기과열지구에서의 청약 1순위 자격이 강화돼 최근 5년간 당첨 경력이 있거나 집이 두채 이상인 경우 1순위로는 청약할 수 없다. 무주택 우선공급자에게 분양하는 물량은 종전 50%에서 75%로 늘어났다.

만 35세 이상인 무주택자 가운데 청약 1순위자는 새 아파트를 당첨받을 수 있는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이래저래 가수요가 발붙일 틈이 줄어든 것이다.

분양가도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분양가를 올릴 만큼 시장이 확 살아난 것이 아닌 데다 분양원가 공개 여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다만 올 들어 철강재 등 건자재 가격이 급등해 분양가 인상 요인이 생긴 것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로운 이슈의 등장=올 봄 분양시장은 이슈와 테마가 바뀌었다.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고 있다. 사회적 추세인 웰빙 개념을 아파트 마케팅에 도입한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친환경 마감재 사용, 공원 같은 단지 조성, 문화.취미시설 확충 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기존의 테마를 겉모양만 바꾼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한채라도 더 팔려는 업체들의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진다. 4월 경부고속철도 개통도 분양시장을 이끌 새 이슈다. 고속철도 주변은 다른 곳보다 신규 주택수요가 많아 상반기 내내 분양시장의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고속철도 역사 가운데 천안아산역 주변에서만 상반기에 1만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선보인다.

지난 17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학교.학원 재료로 집값이 움직여온 서울 강남권 등의 분양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봄 분양시장의 관심거리다.

?실수요자에게는 기회=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적인 마케팅은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전문가들은 요즘의 시장 상황이 실수요자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분양가가 안정되고 당첨 확률이 높아져 새 아파트로 옮길 꿈을 가진 수요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자금 여력이 있다면 적극 청약에 나서도 괜찮다"고 말했다.

노른자위 단지도 꽤 있다. 서울은 강남권의 저밀도지구 아파트, 수도권.지방은 고속철도 개통 등 개발 재료가 있는 충청권과 화성 동탄.고양 풍동지구 등 택지지구 대단지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런 단지는 호황기에는 경쟁이 치열해 분양받기가 만만찮다. 분양대행업체인 도우산업개발 손상준 사장은 "긴 안목을 갖고 내집 마련 계획을 세워온 실수요자들은 이번 침체기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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