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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좌대출 또다시 도마위에-韓銀,돈놀이못하게 실세금리 연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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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안정을 위해 통화당국이 돈줄을 조이고 시중 금리가 뛸 때마다단골로 「도마」위에 오르는 것이 기업이 쓰는 당좌대출이다.
기업들이 실세 금리가 뛸 때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당좌대출을 일으켜 투자금융등에 넣어놓고 금리 차익을 따먹는 돈놀이를종종 하고 있어 통화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도 정부의 안정 정책이 연초부터 자금시장에 난기류를 일으키면서 어김없이 당좌대출은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고,급기야 이번에는 2월초 께 각 은행들이 고정되어 있는 당좌대출금리를 실세금리에 연동시키는 등의 제도 개선에 손을 댈 태 세다.
당좌대출 제도를 어떻게든 바꾸어야겠다며 가장 적극적인 곳은 통화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한국은행이다.
당좌대출 금리를 올려 최소한 돈놀이는 막아야 긴축을 하면 도리어 대출이 늘어나는 일이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금리를 올려야 하는 은행들은 미적미적하고 있다.
금리를 올려 받는 것은 좋지만 당좌대출을 쓰는 기업은 대부분단골들이고 이들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꺾기 예금(통상 당좌대출의50~60%선)이 빠져 나갈까봐 걱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한 마디로 실정 모르는 소리』라며 반박하고 있다.당좌대출이야말로 시중 금리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일어났다 꺼졌다 하는 것인데,이를 인위적으로 다스리다가는 자금흐름을 더욱 왜곡시킬 것이며 더구나 금리를 올리려는 것은 통화관리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의 태도는 어느 때 보다 단호하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은 당좌대출 한도를 필요 이상 많이 잡아놓고 있다.당좌대출 한도 평균 소진율이 최고 56%에서 최저40%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그 증거다.소진율 진폭이15%만 돼도 총통화가 3조~4조원이나 움직이 는데 어떻게 안정적인 통화관리를 하겠는가』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올초부터 한은은 각 은행들과 함께 당좌대출을 줄여보려했으나 실세 금리 급등과 함께 지난주 중반부터 당좌대출은 하루1조원 가까이씩 급증하고 있다.통상 당좌대출은 월초에 꺼지고 월말에 일어나는데 이번에는 월 중반에 크게 늘 고 있는 것이다. 강병호(姜柄皓)한양대 교수는 『선진국 은행들은 기업들이 당좌대출 한도를 많이 정하면 그만큼의 약정 수수료를 물게 하는 한편,한도를 다 쓰지 않아도 벌칙성 수수료를 내도록 해서 대출이 적정 규모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도 참고해볼 만하나 이를 위해서는 우리 자금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각 은행들은 당좌대출 금리를 하루 짜리 콜(금융기관간 초단기 자금)금리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금리에 연동시키는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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