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어음.수표..""인맥연출"일본책그대로 베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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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외국 저작물을 그대로 베껴 국내 저작물인 것처럼 내놓는 우리출판계의 해묵은 병폐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더난 출판사가 「경영실무연구소編」으로 내놓은 『알기 쉬운 어음.수표 100% 활용법』과 21세기북스가 「SIM비즈니스 컨설팅」이란 저자명으로 펴낸 『인맥연출』. 『알기 쉬운 어음…』은 이 책의 저자를 아리송하게 「경영실무연구소編」으로 적어 놓았지만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한가지 주제로 여러 사람의 글을 모은 것이 아니고 일본에서 지난 82년에 출판된 『어음.수표를 아는 책』(手形.小切手がわか ゐ本,多比羅誠 지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 5% 정도만 고쳐 쓰고 부록으로어음법과 수표법을 추가했을 뿐 목차나 내용등이 일본책과 똑같다.출판사측에서는 「지음」 이란 용어를 쓰지 않았다 고 항변할지모르지만 이 책 어디를 봐도 일본책을 원전으로 했다는 말은 없다.이 책 때문에 도서출판 행담에서 최근 일본의 『手形.小切手…』을 정성들여 번역한 『어음.수표의 모든 것을 아는 책』이 『알기 쉬운 어음…』을 베낀 책이라는 비난을 받아 서점에 깔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묻혀야할 운명에 처해 있다.
21세기북스사의 『인맥연출』 또한 그 정도가 덜할뿐 베껴먹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이 책의 원전은 일본의 PHP연구소가 지은 『인맥 만들기』(人脈 づくり).각 장마다 1쪽 정도의 분량으로 한국의 사례를 소개해 국내저작물로 포 장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80% 정도가 일본책을 옮겨놓은 것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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