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들지구 공영개발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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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부가 인천시 서구 백석동 일대에 공영 개발 방식으로 대규모 택지개발을 하려 하자 민간 개발을 추진 중이던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 개발이 이뤄지면 주민들이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공영개발은 일정한 보상을 받고 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시·건설교통부 및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건교부는 지난해 3월 백석동 일대 56만8000㎡를 택지개발지구(한들지구)로 지정하고 주택공사를 사업시행자로 결정했다. 주택공사는 인천시의 택지사업 허가가 나면 올 상반기 공사에 들어가 임대주택 등 5800여 가구를 지을 수 있는 택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들지구는 인천시 서구 경서동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서 1㎞ 정도 떨어진 농촌지역으로 140세대 35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일대는 2003년 주택공사가 택지 개발을 추진하다 환경부가 수도권매립지 영향권역이라는 이유로 반대해 지구 지정이 무산됐다. 이에 주민들은 2004년 조합을 설립해 도시개발사업법에 의한 민간 개발을 추진해 왔다. 주민들은 2005년 환경부가 ‘2007년 1월 이후 수도권매립지 영향권역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내자 2006년 9월 서구청을 경유해 민간 개발 사업을 신청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주민들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신청을 반려하고, 지난해 3월 주택공사를 시행자로 하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2003년 주민 의사를 반영한 환경부의 반대로 택지 개발이 무산됐는데도 건교부가 4년이 지난 시점에 주민여론 수렴 등의 절차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공영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6월 택지개발지구 지정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낸 데 이어 최근 국회·건교부 등에 이 지역에 대한 민간 개발을 허용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해 놓았다.

 송계영 주민비상대책위 위원장은 “이곳 주민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도권매립지로 인한 환경 공해에 시달려 왔다”며 “이제 다시 일방적인 택지 개발에 밀려 집과 논밭을 수용당한 채 쫓겨나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 관계자는 “공영 개발에 따른 적법 절차를 거쳤다”며 “수도권매립지 일대 서민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영택지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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