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융합은 세계 트렌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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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디어 융합이나 사업 다각화라는 세계적 트렌드로 볼 때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조치다.”

 8일 문화관광부 업무보고를 받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문·방송 겸영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미디어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장호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매체 융합과 수직 계열화는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의 공통된 현상이며, 산업의 효율성 강화에 불가피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신문·방송 겸영 금지조항은 1980년 신군부의 언론 통제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이 조항은 언론기본법 폐지 후에는 ‘여론 독과점 반대’라는 명분으로 지속됐다. 특히 방송사 노조와 언론운동단체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은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의 주식 또는 지분을 일절 소유할 수 없고 신문법에서도 일간지와 뉴스통신의 종합편성 채널 및 보도전문 편성채널 방송 사업의 겸영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방송 겸영 금지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지 않고,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산업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지목됐다. ‘미디어 부익부 빈익빈 반대’ ‘다양성 확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매체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나왔다.

 신문·방송 겸영은 세계적 조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연말 뉴욕 등 미국 내 20개 주요 도시에서 빅4 방송사를 제외한 신문사와 방송사의 겸영 허용 규정을 통과시켰다. 75년 언론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유지돼 온 겸영 금지 조치를 32년 만에 사실상 폐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간신문의 지상파 진출 허용 여부 ▶보도채널이나 종합편성 채널 진출 허용 여부 ▶전면 허용 또는 제한적 지분 소유 허용 여부 등 앞으로 제시될 구체적 완화책의 내용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영철(연세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겸영 규제 완화로 인한 다양성 상실과 특정 정치적 견해만 지배적으로 나타날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추측일 뿐”이라며 “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적 가치 못지않게 산업의 경쟁력과 활력도 중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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