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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문화유산을찾아서>4.청자양각 연꽃무늬 주전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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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뉴욕 브루클린박물관(TBM)이 한국문화유산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스튜어트 쿨린(1858~1929년)이란 당시이 박물관 인류학큐레이터가 동양문화유물을 수집하면서 한국작품에도 관심을 기울인 것이 시초였다.그는 1913년 서울에 와서 직접 갑옷.모자.불화 등을 수집해 갔다.이후 1960년대까지 박물관측은 구입하거나 유력인사들이 기증하는 유물들을 수백점 모았다.그럼에도 1974년까지 이들 유물은 지하 수장고에서 잠을자야했다.
우연이겠지만 한국인들이 뉴욕에 본격 상륙하던 시기(74년)에TBM은 일본실 옆에 한국실을 오픈했다.한국실 상설전시품 중에가장 주목을 끄는 작품이 바로 청자양각연꽃무늬모양 주전자다.87년 이 박물관이 발간한 소장도록 『한국의 미 』(KOREANART)는 이 주전자가 한국은 물론 영국.일본 등에서도 표지화로 즐겨 다루는 명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양모(鄭良謨)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 작품을 고려청자를 대변하는 몇 명품중의 하나로 꼽았다.우선 청자류의 주전자중에서는 크기에 있어 단연 독보적 존재다.승반이 없는 현재의 모습에서도 그 당당함과 풍만함은 오히려 이국적 맛을 풍기고 있다.제작연대는 상감청자가 나오기 바로 전인 11세기말로 TBM측이 추정하는 12세기보다는 앞선다는 것이다.
몸체 전체의 주문양을 연꽃잎으로 돋을새김해 실용적 가치를 넘어 터질듯이 피어나는 연꽃을 눈앞에 그려준다.뚜껑은 꽃망울을 열고 나오려는 찰나를 포착하고 있어 생명에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뚜껑의 나비와 손잡이의 애벌레는 생명의 진화 과정을 적절한 공간속에 시점을 옮겨가며 그려낸다.길지도,짧지도 않은 귀때가 보여주는 대나무의 생동감은 손잡이의 탄력적 구도로 더욱 강화된다.술과 나비와 꽃과 대나무,그 앞에 앉아있는 고려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상감기법이 나오기 전에 고려의 장인(匠人)들은 먼저 퇴화(堆花)기술을 터득했다.풍만한 몸체가 지닌 양감의 둔함을 줄이기 위해 뚜껑의 연꽃봉오리 가장자리를 백토로 된 흰점으로 돌렸다.
주문양의 연꽃잎 안에 양각된 당초문 가장자리에도 흰점을 올렸다.청자 고유의 비취빛에 점점이 박힌 백색은 화룡점정(畵龍點睛)그것이다.또 거의 도식화한 연꽃잎에 생동감을 주기 위해 음각한선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애미 포스터 큐레이터(동양미술부)는 처음 이 작품을 대했을 때 뚜껑과 몸체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이 청자주전자가 TBM에 온 것은 1956년이다.박물관 기록에 의하면 다윈 알 제임스3세 부인이 기증했다.이 부인은 한국에 선교사로 왔던 언더우드목사(연세대 창립자)와 관련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언더우드목사는 바로 브루클린의 한 장로교회가지원하는 선교자금으로 한국에서 활동했다.짐작하건대 언더우드목사가 이것을 반출,선물하지 않았는가 싶다.
뉴욕 브루클린은 한국교포타운이 형성된 플러싱에 이웃하고 있다.인연 따라 물건도 옮겨진 것이라면 한국인들 가까이 이런 명품이있는 것도 다행이라 하겠다.
뉴욕=글 崔濚周특파원 사진 金周晩특파원 자문위원=鄭良謨관장(국립중앙박물관) 安輝濬교수(서울대박물관장) 洪潤植교수(동국대.
불교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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