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주루룩(?)/ 주르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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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야근하고 돌아오는데 감기에 걸린 때문인지 콧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엄마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셨어요.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눈물이 조금씩 고이더니 결국 엄마 눈이 가늘게 떨리면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어요.”

비가 내리거나 눈물·콧물 등이 떨어질 때 ‘주루룩’이란 표현을 즐겨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표기법상 옳지 않다. ‘주르륵’이라고 써야 한다. 이 말이 잘못 쓰이는 이유는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란 예문에서처럼 ‘굵은 물줄기나 빗물 따위가 빠르게 자꾸 흐르거나 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을 나타내는 단어인 ‘주룩주룩’과 같은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 표기하는 때문인 것 같다. 두 단어는 의미상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별개의 부사다.

‘주르륵’은 ‘①굵은 물줄기 따위가 빠르게 잠깐 흐르다가 그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②물건 따위가 비탈진 곳에서 빠르게 잠깐 미끄러져 내리다가 멎는 모양’을 뜻한다. “거울에 비친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주르륵 흘러내렸다./ 높다란 야자나무로부터 새까만 물체가 주르륵 타고 내려오는 걸 그는 보았다”처럼 쓰인다. ‘-대다(거리다)’나 ‘-하다’를 붙여 ‘주르륵대다(거리다)/ 주르륵하다’처럼 쓸 수도 있다.

‘주룩주룩’은 앞의 뜻 외에 ‘주름이 고르게 많이 잡힌 모양’의 뜻으로도 쓰인다. “저고리에 주름이 주룩주룩 잡혔다/ 어머니의 손에 주룩주룩 주름살이 간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같이 쓴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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