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용기가 기적을 일군다 마음의 벽을 허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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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순간마다, 모든 결정과 관계마다 필요한 덕목이 용기다. 두려움에 나를 가두고 마음의 벽을 쌓는 건 작은 용기를 내지 못한 탓이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주위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작은 용기. 이를 통해 세상은 한결 따듯해질 수 있다.


『모나의 용기 지팡이』는 초등학교 4학년 세 여자아이들이 ‘용기’를 통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아픈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동화다. 꼬맹이들이 무슨 마음의 상처며 벽인가 싶겠지만 이 아이들, 작은 가슴에 난 생채기가 만만치 않다. 돌이켜 보면 그렇다. 어린 시절, 그땐 그 나름대로 슬픔과 아픔이 있었고 어른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았던가.

유나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깊은 슬픔에 잠긴 아이다. 더욱이 사고로 생긴 얼굴의 상처 탓에 늘 마스크를 쓰고 세상과 벽을 쌓았다. 함께 사는 삼촌 앞에서도 얼굴을 내놓는 법이 없는 아이. 방안에서 혼자 하는 식사처럼, 삶은 늘 우울하고 외로웠다.
시아는 부모가 이혼한 후 엄마와 살고 있다. 엄마는 시아를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키우는 게 꿈이다. 시아는 경연대회에서 늘 대상을 탈만큼 피아노를 잘 친다. 친구들은 부러워하지만 시아는 피아노를 치는 게 고통스럽다. 학원에 가기 싫어 아파트 계단에서 울음을 삼키고, 밤이면 악보가 벌레로 변해 온몸을 갉아먹는 악몽에 시달린다. 악보를 손에 꼭 쥔 채 강가로 소풍을 나가는 친구들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건 11살 여자아이에겐 감당키 어려운 일이다.

모나는 이렇게 마음의 문고리를 단단히 걸어 잠근 아이들에게 한 발 한 발 용기를 내 다가간다. 늘 밝고 긍정적인 모나에게도 슬픔은 있었다. 모나가 훨씬 더 어렸을 적, 엄마는 늘 병원에 있어야 했고 엄마의 자장가 대신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연극배우인 옆집 언니가 준 용기지팡이는 모나에게 용기를 주는 요술지팡이다. 달리기에서 일등을 하고 싶었던 모나는 지팡이에게 소원을 빌며 연습을 했고 처음으로 맨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아빠는 연습을 열심히 해서라지만 모르는 소리. 용기지팡이는 모나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이제 모나는 친구들에게도 용기지팡이가 힘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 유나는 과연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줄 것인지. 시아는 무서운 엄마에게 ‘피아노 학원에 가기 싫다’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을지…. 용기지팡이와 세 여자아이의 우정이 일으키는 작은 기적들은 잔잔한 감동과 함께 작지만 큰 용기의 힘을 전한다. 먼저 다가가는 용기, 아픈 친구를 감싸줄 수 있는 용기, 화가 나도 웃을 수 있는 작은 용기가 기적을 일군다.

아픈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아 건 아이, 친구에게 다가갈 용기가 필요한 아이, 바라는 바를 솔직히 표현하는 게 힘든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동화다. 자녀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모라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을파소가 내놓은 ‘마음이 자라는 가치동화’ 시리즈의 2번째다. 150쪽. 9000원.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yiks@joongang.co.kr
자료제공= 을파소 / 031-955-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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