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期놓치면 자신도 세대교체 판단-이기택 강공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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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이기택(李基澤)대표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치권의 평가는『계가(計家)를 잘한다』는 것이다.실제로 그는 젊은 시절 친구들과 포커.마작.골프등을 하면 잃는 확률보다 따는 확률이 훨씬높은 「계산의 강자(强者)」였다고 한다.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그의 선택과 확률계산은 대체로 정확했다.
그렇게 계산을 잘하는 李대표가 당내의 지지세력도 없이 탈당등강수로 나가고 있다.
당내 계산으로는 깨지는 것이 분명한데도 막무가내다.왜 이런 결심을 하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대권(大權)에의 집념을 들 수 있을 것이다.그는 김대중(金大中)씨의 정계은퇴 이후 민주당의 단독대표직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꿈을 불태워왔다.3金의 지방조직에 버금가는 통일산하회도 만들고,교수들로부터 정기적으로「 학습」도 받았고,대권 도전의사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럼에도 현실은 여의치 않았다.특히 지난해 가을이후 김대중 亞太평화재단이사장의 행보가 빨라지자 초조해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민주당내에서는 12.12 장외투쟁과 이번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를 『金이사장으로부터 대권 문제에 대해 분명한 언질을받고 싶어했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유력하다.
동교동측의 거듭된 양보안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金이사장과의 담판을 요구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그 염원이 지난 15일 金씨가 괌에서 돌아오자 전격 면담을 위해 밤늦게 불현듯 동교동 인근까지 달려가게 만들기도 했다.
李대표가 대권정치로 달리게 된 데는 원내보다는 원외,정치권보다는 非정치권.가족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한 측근은 『李대표도 이제 환갑의 나이』임을 강조했다.그는 97년에 62세,2002년에는 67세가 된다.
지금 죽든 살든 결판을 내지 않으면 다음은 자연 연령으로도 다음의 차세대에 의해물러갈 수밖에 없다는절박감이 깔려있는 것이다. 李대표는 최근 공사석에서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을 많이 써왔다.비전도 없이 야당대표로서의 격무에 시달리는게 지긋지긋하다는 식이었다.
그는 이번을 실패든 성공이든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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