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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경제부처 연찬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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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늘자로 구(舊)경제기획원과 舊 재무부의 실질적인 결합이 이루어졌으므로 이에 사회는 양 부처의 결혼이 성사되었음을 선언합니다.』 14일 오후2시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는 희한한 혼례식이 있었다.
옛 기획원 사람과 재무부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첫날 밤」을보낸 뒤 사회를 맡은 박종원(朴鍾元)재정경제원 총무과장이 이렇게 성혼(成婚)선언문을 낭독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쳐 출범한 재정경제원이 13일 저녁부터 14일 점심때까지 1박2일의 간부직원 연찬회를 갖고 애교있는 마무리를 지은 것이다.각 과의 주무 사무관과 과장급 이상 간부 전원(1백79명)이 참석한 이날 연찬회는 양 부처의 「화학적 융합」을 위해 마련됐다.
재경원 간부들은 이날 저녁 식사후 서울대 김광웅(金光雄)교수의 강연과 분임토의를 마친 후 오후10시부터 칵테일 파티를 가졌다.「술의 화학적 결합력」을 빌려 인간의 융합을 꾀하기 위한자리였다.
이날 연찬회를 주재한 이석채(李錫采)차관이 폭탄주 몇 잔에 밴드도 없는 맨 마이크로 노래를 불렀으며,이후 너나없이 한데 어우러지는 술판이 벌어졌다.
술잔이 계속 돌아가는 동안 이들은 서로 어울려 어깨동무를 하며 춤추고 노래불렀다.일정상 취침시간은 밤 11시로 돼 있었으나 칵테일 파티가 끝난 시간은 14일 3시였다.
14일 아침에는 6시30분에 일어나 운동장에서 조깅을 했지만전날 과음 탓에 참석률은 다소 기대에 못미쳤다.
이날 오전에는 사공일(司空壹)세계경제연구원장과 김선홍(金善弘)기아자동차 회장으로부터 세계화와 정부의 역할에 관한 특강을 들었다.홍재형(洪在馨)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전날의 분임토의 결과를 발표한 뒤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2시 일정을 모두 마쳤다. 분임토의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과거 기획원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는 대꾸하는 풍토였던반면 재무부는 이와는 달랐다며 앞으로 양쪽의 문화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융합돼야 할 것이라는 「충고」도 나왔다.
또 예산실.세제실.금융정책실등 3개 실(室)이 재경원의 간판부서로 부상한 반면 국가의 장래를 설계하는 경제정책국이나 국민생활국은 「찬밥」신세가 됐다는 푸념도 나왔다.
앞으로 능력이 없으면 자진 사퇴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인사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국제화와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영어로 듣고 말하는 「국제대학」을 세우자는 주장도 나왔다.
洪부총리는 총평에서『업계에서는 정부가 노파심을 버리는 것이 규제완화의 지름길이라고 하더라』는 말로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재경원은 2백40명의 사무관급 연찬회도 내달 3~4일신한은행 연수원(경기도 기흥)에서 열 계획이며,양 부처 퇴직직원들의 모임인 경우회와 재우회를 합치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재경원에 앞서 건설교통부와 통상산업부도 화합을 위한 자리를 가졌다.통산부는 지난 7일 오후 4시간동안 과천청사 지하대강당에서 장관이하 전직원 9백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찬회를열었다. 통산부는 매달 첫째 토요일마다 이같은 자리를 마련할 예정인데 내달에는 영화도 함께 볼 계획이다.
7일의 통산부 연찬회에서는 『하필이면 토요일 오후 이런 행사를 열어 사생활을 잡아먹는가』『과장이상은 입으로만 일하고 사무관은 손으로만 일한다.발로 뛰는 행정이 없다』『민간부문의 발전과 정부 역할 축소로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는 등의 뼈있는 발언이 이어지자 장.차관의 표정은 굳어진 반면 직원들의 박수 소리가 여러차례 나왔다.
『이름에 걸맞은 통상조정기능이 안돼 있다』『20년 이상 일하다가 한밤중에 봇짐 챙겨 떠나듯 가게 해서는 곤란하다』며 조직개편에 이어진 인사에 대해 지적하자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沈相福.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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