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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할 때 헌혈에 관심 갖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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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외사촌 동생이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제껏 건강하게 잘 자라온 동생의 모습에 익숙한 가족들에겐 놀라운 소식이었다.

외숙모는 백혈병을 치료하는 동안 수혈받아야 하는 일이 많다며 친척들에게 있는 대로 헌혈증을 달라고 부탁하셨다. 그 말을 듣고 갑작스레 찾아보니 내게는 달랑 두장의 헌혈증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거리를 지나다가 헌혈차 앞의 아주머니가 붙잡으면 시간이 없다며 매몰차게 뿌리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세계에서 이례적으로 국민이 헌혈을 꺼려 피까지 수입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했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흔히 피를 뽑으면 몸이 축날 것이라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헌혈을 꺼리는데, 적당한 헌혈은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게다가 그 피로 다른 환자의 치료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고 헌혈 후 받은 헌혈증서는 언제든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으니 1석3조 아닌가.

수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비단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자신이나 가족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서라도 헌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

이미혜.서울 송파구 삼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