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컴퓨터로 그리고 3D 프린터로 출력한 ‘유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3호 11면

컴퓨터프로그램으로 만든 입체유화. ICC제공

미술과 과학.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만큼 밀접한 관계 속에서 발전해온 분야도 많지 않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미술은 중세시대에 축적된 과학 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

21세기 미술과 과학의 만남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17세기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첫 논문 ‘철학적 발견’에서 빛과 색깔에 관한 광학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근대 미술을 뒷받침했다.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알루미늄 물감 튜브 역시 미술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됐다.

21세기 미술과 과학의 만남은 일본 도쿄 인터커뮤니케이션 센터 (ICC)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일본 신세대 화가인 고마치야 케이(30)의 ‘입체 유화(油畵)’를 전시 중이다. ‘어떤 것이 먼저 그려진 나선인가’라는 제목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자. 연한 녹색 동그라미가 양 옆의 진한 녹색 동그라미를 아래 위로 지난다. 마치 반지 세 개가 서로 끼워져 있는 모양새. 붓으로 그려서는 위로 지나든지, 아래로 지나든지 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특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한 뒤 3D(입체) 프린터로 출력한 것이다. 이러한 첨단기술을 활용하면 색깔의 겹침과 번짐을 조작해 이 세상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색을 창조할 수 있다.

고마치야는 “(색깔을) 더하기·빼기를 한 다음 키보드를 눌러서 그림을 그린다. 나는 포켓용 전자계산기를 갖고 작업하는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ICC 측은 “젊은 화가들이 새롭게 개발되는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시각적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중”이라며 “표현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