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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노마진 판매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새로운 가격파괴인가」,아니면 「변칙 재고처리인가」.
롯데백화점이 13일부터 벌이고 있는 「노 마진(No Margin=원가)판매」행사는 유통업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충격적인 파장과 함께 한편으로 「원가판매의 진실성」과 「제품에 대한신뢰성」「가격파괴의 바람직한 방향」등에 대한 논 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롯데측은 이번 행사를 실시하면서 「가격창조」「노 마진판매」라는 점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으나 출품된 상품의 대부분이 정상 판매용이 아닌 재고로 밝혀짐으로써 이 행사가 「가격파괴」의 차원과는 다른 「변형된 떨이판매」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의 경우 대부분이 이미 땡처리까지 마치고 남은 제품들인데다 화장품은 명동의 대형 할인매장 판매가 수준에 불과하고 컴퓨터는 이미 94년초에 단종돼 이제는 거래가 별로 없는 제품으로 밝혀지고 있다.
2층에 설치된 여성의류 노 마진판매 코너에는 대현(大賢)의 「마르조」「페페」「씨씨(CC)클럽」 등의 브랜드제품이 판매되고있는데 이들 제품은 지난해 가을제품으로 이미 서울시내 호텔 등에서 70% 할인판매행사를 치르고 남은 것들이다 .
B여성복 업체의 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에서 수수료없이 매장을 빌려준다고 해서 땡처리도 끝나 떨이수출을 기다리는 재고를 출하했다』고 말했다.
남성복 노 마진코너의 지암비코 남성복은 93년 재고품으로 행사장에서는 한 사원이 마땅한 노 마진제품을 고르지 못한 소비자들을 지암비코 본매장으로 안내해 정품구입을 유도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화장품 노 마진코너의 제품들은 제조회사측이 출처를 모르는 제품들로 A화장품업체 백화점 영업담당자는 『본사에서 물건을 공급한 적이 없다』며 『어디서 흘러들어온 제품인지 본사차원에서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더욱이 8만원인 「드봉 뜨레아 4종세트」가 4만원,5만1천원인 「아모레 순정진 3종 세트」도 2만5천5백원으로 각각 50% 할인된 값에 팔리고 있는데 서울지역 대형 화장품 할인매장에서는 이미 오랜전부터 50% 할인된 값에 화장품을 팔고 있어 노 마진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3백46만5천원인 것을 50.6% 할인해 1백71만원에 판다는 삼보 486 66VC제품은 이미 지난 94년 단종된 제품으로 현재 이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신기종 삼보 TG486/t56s제품은 대리점가가 1백49만원에 불과하고 권 장소비자가라고 해야 1백86만원에 그친다.
용산전자상가 터미날상가의 한 관계자는 『더 비싼 값을 주고 구기종을 사라는 건 상도의상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부 제품,즉 세일가격보다도 다소 싼 드레스셔츠류나 카펫.화장품류 등의 경우 활발한 구매가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이것도 기존 상가나 시장에서 형성된 값을 크게 「파괴」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장에 쇼핑을 나온 이선민(25)씨는 『원가판매라고 해서 두시간이나 차를 타고 나왔는데 그동안 있었던 재고판매하고 하나도다를 것이 없어 크게 실망했다』며 『입을 만한 옷이 없어 할 수 없이 본매장에서 옷을 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할인점의 등장,잇단 가격파괴돌풍으로 궁지에 몰린 롯데백화점이 재고처리.땡처리를 노 마진.
가격창조로 부풀리는 「무리수」를 쓴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따라서 롯데측의 가격파괴는 「유효시효」가 지난 제품의 변칙적인 가격파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李京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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