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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치미아’ 세계경제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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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치미아(Chimea)가 세계화의 신세기를 열고 있다. 치미아는 중국(China)의 ‘Ch’와 인도(India)의 ‘i’, 중동(Middle East)의 ‘me’, 아프리카(Africa)의 ‘a’를 합성한 신조어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AT커니가 중국·인도의 기술력·자본·자원욕구와 중동의 석유·자본, 아프리카의 원자재·투자기회 등을 결합, 개발도상국 간 남남협력을 상징하는 용어로 만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중국과 인도, 중동, 아프리카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상호 교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선진국에 의존하지 않는 거대 개발도상국 시장이 용틀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섭게 부상하는 치미아=UPI통신은 이 지역 인구가 세계의 절반에 이르나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인도·중동·아프리카의 가파른 성장으로 세계 GDP 비중이 2030년에는 50%, 2050년에는 3분의 2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포르투갈이 명나라로부터 마카오를 빼앗으면서 450여 년간 이어졌던 세계화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라고 UPI는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남반구의 개발도상국에 투자하거나 시장을 개척하는 남북 간 일방적인 관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경제가 부진 기미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견고한 것도 중국·인도 등의 빠른 성장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충격으로 엄청난 손실을 떠안은 씨티그룹·메릴린치·UBS 등 월가의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중국·중동 등에 손을 벌린 것은 치미아의 위력을 드러낸 사례다. 세계의 부자들도 더 이상 선진국에서만 배출되지 않고 있다. 2000년 350명에 그쳤던 개발도상국 출신 억만장자가 지난해에는 1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치미아 내 교역 활발=중국과 아프리카 교역 규모는 지난해 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100억 달러)보다 여섯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 6년간 중국은 아프리카에 120억 달러를 투자하고, 5600㎞의 고속도로와 2600㎞의 철도를 건설하며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상하이에서 아프리카개발은행(ADB) 연례 회의를 열어 아프리카에 30억 달러를 지원하고, 50억 달러의 투자 펀드 설립을 약속했다. 중국은 1만5000명의 아프리카 전문가들을 초빙해 연수시키고, 농업 전문가와 자원 봉사자들을 보내 아프리카 경제 발전을 돕고 있다.

 인도도 아프리카 투자에 열심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잠비아 등에 산재한 280만 명의 인도 교포와 영국연방국가라는 인연을 앞세워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는 군사학교를 설립하고, 가나의 군 고위 장교들을 인도 군사학교에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도·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를 열어 1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중동국가들도 오일 머니를 앞세워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항만운영업체인 두바이포츠월드는 중국·인도·베트남·페루·남아공에서 항만을 운영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사빅그룹은 아프리카 모리타니에서 15억 달러를 들여 철광개발 프로젝트를 따냈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인 해리 브로드먼은 “중국과 인도 기업들은 석유·광산 등 원자재 투자에서 벗어나 이동통신·식품가공·섬유·건설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서 루이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빠른 경제 성장으로 자국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데 이어 아프리카의 가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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